친윤 주도 '당정일체론' 두고 공방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재훈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론, 탄핵론에 이어 이번에는 당정일체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친윤석열계가 윤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 방안까지 거론하며 당정일체를 강조하자,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자는 건가"라며 비윤석열계의 반발이 분출하면서 향후 당정관계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15일 당내 공부모임 '국민공감'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당과 대통령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 당정분리론이라는 것은 잘못됐던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 추대론'에 대해선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헌에 대통령이 '명예직'을 겸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 순항을 위한 협력 방안으로 고려해봄직하다는 얘기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13일 "미국에선 대통령이 특정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고,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명예 당수로 활동한다"고 밝힌 것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친윤계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은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작동돼야 한다. 같은 배를 탄 우리 일원"이라고 했다. '친윤'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후보도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방문 후 "당정은 부부관계 같은 것이고 운명공동체"라며 호응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친윤계 측이 당정일체론으로 윤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당정 협력을 명분으로 친윤 후보들이 차기 지도부를 차지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친윤 지도부를 통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비윤계 후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 비판적인 의견도 나와줘야 되는 게 정상"이라며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건가"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 측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명예대표론은)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처사"라며 "민심과 동떨어지는 일로, 내년 총선 승리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주자인 김용태 후보는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 공천 개입 등 구체적인 당무 개입은 꿈이라도 꾸면 안 된다"고 했고, 허은아 후보도 "당정일체론이 만약 윤핵관의 자리 보전과 권력 확대만을 위한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정은 협력관계이기도 하고 약간의 건강한 긴장도 유지해야 하는 관계"라며 "긴장 관계만 유지해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지금도 대통령실과 당이 일체화해 가고 있지 않느냐"며 "명예 당대표론까지 내세워 위기감을 조성하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