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위축으로 수출산업 기반 약화"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2%대로 하락한 뒤 4년째 3%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종 규제로 국내 투자가 줄고,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라 유독 타격을 많이 입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최근 수출 부진 원인 진단과 대응 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3.05%에서 2019년 2.85%로 떨어진 뒤 2020년 2.90%, 2021년 2.89%, 2022년 2.83%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 대부분이 공통으로 수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더 부진한 것이 문제"(정만기 무협 부회장)라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는 14만 개 감소한다"며 "4년 동안 45~50만 개, 즉 산업군 하나만큼의 일자리가 날아간 셈"이라고 강조했다.
무협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경기 악화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이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우회 수출도 덩달아 줄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수출 감소액(175억 달러) 중 중간재는 85.7%를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는 올해 1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5% 줄면서 총수출 감소액의 절반(52.4%)을 차지했다.
"반도체 부진보다 수출 점유율 하락이 더 문제"
이보다 더 큰 요인은 국내 투자 위축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늘고 있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어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무협은 "반도체 수출 하락은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극복할 수 있다"면서도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협 분석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금액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금액 대비 2배가량 많은 수준이었지만 2021년 6배, 지난해 1∼3분기 8.3배로 급증했다. 정 부회장은 "주 52시간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노동 경직성이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의 입지 매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21대 국회(2016~2023년 2월) 의원발의 규제입법건수는 5,548건으로 이 중 기업 경영활동 관련 규제입법은 1,380건이다. 반면 이 기간 미국(2017~2022년)은 927건, 영국(2017~2022년)은 118건에 그쳤다. 정 부회장은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 특히 국회의 과잉 입법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어 "반도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