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맞아 개장유골 화장 7배 '껑충'
민간 풍속서 "액운 없는 기간" 선호
자식 세대 조상묘 관리 부담도 영향
# 김모(63)씨는 최근 경기 파주에 있는 조부모 묘지를 개장ㆍ화장하기 위해 업체 계약을 마쳤다. 20여 년 전 조부모가 돌아가신 후 매년 벌초와 성묘를 했지만 더는 관리할 여력이 없어 납골당에 모시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15일 “친척들과 매년 산소 10기를 챙겼지만, 이제 몸이 따라주지 않아 조만간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 경북 포항에 사는 장모(40)씨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아직은 “조상묘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가 많지만, 부모의 부담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이 크다. 장씨는 “산소를 관리하는 입장에선 화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3년 만에 찾아온 ‘윤달(3월 22일~4월 19일)’을 맞아 조상들의 묘지를 열어 유골을 화장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 유독 윤달만 되면 개장유골 화장 수요가 폭증한다. 지난해 200여 건에 불과했던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개장유골 화장 건수는 윤달이 있던 2017년과 2020년에는 각각 1,483건, 1,466건으로 7배 넘게 뛰었다.
왜 윤달일까. 윤달은 날짜상 계절과 실제 계절의 어긋남을 막기 위해 여분의 달을 넣어 맞추는 것을 말한다. 양력의 1년은 365일이지만, 음력의 1년은 약 354일로 11여 일 차이가 나 2, 3년 정도가 지나면 30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는 방편이 윤달이다.
윤달은 예로부터 민간 풍속에서 상서로운 기간으로 여겨왔다.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기라 하여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유래가 있을 만큼, 나쁜 짓을 해도 액운이 닥치지 않는다고 믿었다. 공사, 이사, 분묘개장 등 집안의 대사를 윤달에 맞춰 처리하는 풍습도 그래서 생겨났다.
최근엔 화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번거로운 묘지 관리를 꺼리는 젊은 세대의 특성도 영향을 미쳐 ‘손 없는 달’인 윤달에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묘지를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어 윤달에 보수작업을 하곤 했다”며 “조상묘를 돌볼 세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데다,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윤달에 대한 믿음이 더해져 새로운 관행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도 윤달 기간에 몰리는 화장 수요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설공단은 일일 개장유골 화장 수요를 24구에서 최대 55구까지 늘리고, 운영시간도 오후 6시 반까지 1시간 연장했다. 인천시도 9기에서 45기로, 제주도는 45구에서 80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윤달 기간 개장유골 화장에 차질이 없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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