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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동맹 시대의 강자, 인도를 만든 '구자라트 모델' [인도시장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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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동맹 시대의 강자, 인도를 만든 '구자라트 모델' [인도시장 바로보기]

입력
2023.02.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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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시장 바로보기④]
모디 총리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명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지난달 31일 의회 예산회기 개시를 앞두고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지난달 31일 의회 예산회기 개시를 앞두고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2029년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등극(일본경제연구센터 예측)하는 인도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배경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그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있다. 모디 총리는 과거 구자르트주 총리 시절(2001~2014년) 경험을 토대로 구자라트 모델을 인도 전체에 이식, 친기업 행보로 뛰어난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만성적인 실업률과 투자 부진 등의 부작용이 'G3'에 다가가는 인도의 발목을 잡으면서 '모디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모디노믹스의 발상지는 인도 북서부 해안 지역에 위치한 구자라트주다. 뭄바이 북쪽 아라비아해에 면한 지역인 구자라트는 예로부터 인도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로 통했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1869년)하기 전 길고 긴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올라오던 유럽의 교역선이 해풍에 의지해 가장 먼저 닻을 내린 곳이 바로 구자라트였기 때문이다. 인도의 향신료와 직물이 이곳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으로 건너갔다. 인도 대표적인 기업인 타타, 릴라이언스, 아다니 등이 바로 구자라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50년 구자라트주 메사나에서 태어난 모디는 어린 시절 메사나 기차역에서 젊은 군인들에게 인도의 전통차인 '짜이'를 파는 소년이었다. 8세부터 인도의 우파 민족주의자 그룹인 민족의용단(RSS)에서 활동하던 중 인도국민당(BJP)에 파견돼 여러 직위를 거치며 주총리까지 올랐다.

주총리 재직 당시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 이후 모디노믹스라 불리는 구자라트 모델의 핵심은 간단하다. 민간이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고용이 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촉진되고,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 모디노믹스의 기본 취지다. 인도가 친기업 환경 조성을 통해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 밭과 늪으로 덮여있던 구자라트는 모디 주총리 재임기간 중 고층빌딩과 공장이 잇달아 들어서며 상전벽해를 이뤘다. 불과 10여년 만에 도로, 산업단지,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을 갖춘 인도 최고 수준의 지역으로 올라선 것이다. 원스톱 지원 시스템으로 외국기업과 제조업이 몰려와 재임 기간 평균 13%대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토렌트, 자이더스 인타스, 니르마 등 인도 30대 기업으로 성장한 제약, 전자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재외인도인(NRI)의 부동산 투자 러시도 이어졌다. 모디 총리의 리더십은 인도의 젊은 세대와 중산층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이런 성과는 모디 총리의 BJP가 2014년 5월 중앙정부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정부'를 구성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핵심 정책을 독자적으로 밀고나갈 힘을 얻었다. 모디 정부는 구자라트 모델을 인도 전역에 확대 적용, 해외자본을 기반으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통해 인도 내 제조업 육성,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사회불안 문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모디 재임 시절 구자라트주의 땅값이 상승하면서 집을 구하지 못한 40만 명 이상의 하층민들이 아마다바드시 외곽의 불법 판자촌으로 내몰렸다. 해외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해 자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 또한 모디노믹스의 한계로 늘 지적되는 지점이다.

최근엔 재벌과의 유착 문제가 모디 정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모디 총리는 최근 인도 최대의 물류·에너지 기업인 아다니그룹과의 유착설이 불거지며 곤혹을 겪고 있다. 1988년 창립한 아다니그룹은 공항·항공 등 인프라 사업을 필두로 석탄·가스 등 자원개발과 전력사업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처럼 급성장을 거듭해왔는데, 이 배경에 모디 총리와 창립자인 가우탐 아다니 회장의 끈끈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다니 회장 또한 구자라트 출신이다.

아다니그룹은 최근 주가 조작·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중국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인도로 눈을 돌리던 서방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여기에 주가까지 폭락, 인도 증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면서 모디 총리는 야당의 공세에 사면초가 신세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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