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원 반대에도 '원전 60년 초과운전' 허용
정부가 정한 시한 맞추려다 만장일치 포기해
"문제 많은 원전일수록 가동 연수 증가" 비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가 가동 60년이 지난 원자력발전소도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제도를 일부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추기 위해, 주요 사안에 대해선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에 이를 때까지 논의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규제위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원자력 산업 정책과 규제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기관이다.
14일 NHK방송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규제위는 전날 열린 임시회의에서 원전의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고 최대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되, 가동을 중지했던 기간만큼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건설 후 60년이 넘은 원전도 운전이 가능해진 셈이다.
원자력규제위는 지난 8일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지진과 쓰나미 담당인 지질학자 이시와타리 아키라 위원이 반대해 결정이 미뤄졌다. 13일 회의에서도 이시와타리 위원은 반대했으나 규제위는 표결을 강행, 5명의 위원 중 4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규제위가 중요 안건을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시와타리 위원은 이 제도가 실시되면 규제위가 안전 여부 등을 심사할 때 문제가 발견돼 정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원전 수명이 더 연장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 변경이 과학적·기술적으로 새로운 발견에 근거한 것도 아니고, 더 안전한 쪽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표결을 강행한 것은 일본 정부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야마나카 신스케 규제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안 마감 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여름 원전 정책 재검토를 지시한 후 연말께 정부 안이 나오자, 올해 첫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현재 원전들 중 가동 연수가 가장 긴 것이 48년이므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셈이다.
찬성했던 위원들조차 성급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기야마 도모유키 위원은 “기한에 맞춰야 한다고 재촉받았다”며 “독립된 기관으로서 천천히 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 노부히코 위원은 “60년 넘은 원전에 대한 심사 방식도 정하지 않고 결정한 데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규제위의 독립성 훼손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원자력 규제행정의 투명성 결여가 불신을 초래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규제위는 활동 원칙에 ‘독립된 의사 결정’과 ‘투명하고 열린 조직’을 내걸었는데 그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해설 기사를 통해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으로 추진과 규제를 분리하기 위해 발족한 규제위의 이념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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