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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중국 배우 판빙빙 복귀작 한국에서 촬영… 한국이 ‘문화 망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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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퇴출’ 중국 배우 판빙빙 복귀작 한국에서 촬영… 한국이 ‘문화 망명지’?

입력
2023.02.15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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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초청작 '녹야'로 연기 재개
지난해 영화 촬영 중 한국 드라마 출연
활동 제약 중국 연예인들에게 선례 될 수도

판빙빙(왼쪽)이 한국에서 촬영한 복귀작 '녹야'는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베를린영화제 제공

판빙빙(왼쪽)이 한국에서 촬영한 복귀작 '녹야'는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베를린영화제 제공

탈세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연예계에서 퇴출된 것으로 알려진 유명 배우 판빙빙(范冰冰ㆍ42)이 한국에서 촬영한 복귀작으로 활동 재개에 나섰다. 대중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을 발판 삼아 재기를 모색한 것이다. 판빙빙의 사례를 계기로 한국이 중국 연예인들에게 ‘문화 망명지’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14일 영화계에 따르면 판빙빙은 영화 ‘녹야’를 지난해 2, 3월 서울 인천 등지에서 촬영했다. 한국 제작사가 제작을 도왔고, 스태프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한국 배우 이주영, 김영호 등이 판빙빙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인천영상위원회가 촬영 장소 섭외를 도왔다. 데뷔작 ‘희미한 여름’으로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중국 감독 한슈아이(韓帥)가 메가폰을 잡았다.

판빙빙은 1996년 TV드라마 ‘강한 여인’으로 데뷔한 후 중국 최고 스타로 떠올랐던 배우다. 2016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 대작 영화 ‘마이웨이’(2011)에 출연해 장동건과 연기하기도 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중국판에서 판빙빙은 2006년부터 중국 고수입 유명인사 10인으로 10년 연속 선정되는 등 중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판빙빙은 2018년 5월 거액을 탈세한 혐의가 불거지면서 급속도로 추락했다. 같은 해 10월 탈세에 따른 벌금 8억8,300만 위안이 부과됐고 연예계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판빙빙은 지난해 2월 JTBC 드라마 ‘인사이더’에 특별 출연해 한국 체류 이유를 놓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활동 재개를 위한 한국 귀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판빙빙은 ‘녹야’ 촬영을 위해 한국에 머물렀으나 영화 촬영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판빙빙의 복귀작 '녹야'는 스태프와 출연진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베를린영화제 제공

판빙빙의 복귀작 '녹야'는 스태프와 출연진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베를린영화제 제공

판빙빙은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킹스 도터’와 ‘355’를 선보였으나 탈세 논란이 있기 전 촬영을 마쳤거나 캐스팅이 완료된 작품들이다. ‘녹야’는 판빙빙이 탈세 논란으로 중국 연예계에서 퇴출된 것으로 알려진 후 첫 출연작이다. 제작사는 2018년 12월 설립된 홍콩 데메이홀딩스로 영화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판빙빙이 중국에서 활동이 어렵자 홍콩 회사를 통해 콘텐츠 강국 한국에서 우회적으로 연기에 복귀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녹야’는 16일 오후(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3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18일 세계 최초로 상영회를 연다.

‘녹야’는 중국 당국이 민감해할 동성애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 이민 온 중국인 진샤(판빙빙)가 ‘녹색머리 여자’(이주영)를 만나 곤경을 극복하고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스크린에 담겼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라 판빙빙 대사 99%가량이 한국어다. ‘녹야’의 한국 관계자는 “판빙빙은 독백하는 장면 빼고 한국어로 연기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판빙빙의 ‘녹야’ 출연은 중국 당국의 묵인 속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빙빙의 중국 내 활동은 막겠지만, 해외 활동 통로까지 봉쇄하지는 않겠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이 판빙빙에게 ‘문화 망명지’가 된 셈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 제작 환경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자유롭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는 연예인들이 한국을 활동 재개 장소로 활용할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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