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SM 인수에 "카카오 견제" 해석도
하이브, 현 SM 경영진 교체 시도 전망
카카오, 사들인 지분 두고 고심
카카오가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이 '계륵'이 되는 것일까. 하이브가 갑작스럽게 SM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카카오가 그렸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다음 달 1일까지 SM 소액주주들이 가진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이수만 창업자 겸 최대주주 보유 주식 14.8%까지 사들여 최종 39.8%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SM 결합 시너지 위협적"…하이브 나선 배경
7일 카카오가 SM의 지분 9.05%를 2,172억 원에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을 예측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SM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카카오 입장에선 2대 주주만 올라서도 손쉽게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M은 이 창업자가 18.46%로 최대주주이고 나머지는 기관과 소액주주로 구성됐다. 그동안 기관과 소액주주는 이 창업자를 견제해 왔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카카오의 지분 인수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더니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기로 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카카오가 SM 지분 매입에 나선 이유는 에스파, NCT 등 SM 소속 아티스트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 확장 가능성 때문이었다. 카카오의 ①웹툰·웹소설 플랫폼, ②드라마·영화 제작 능력, ③멜론 등 음원 유통 경쟁력에 ④SM의 지적재산권(IP)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 하이브 입장에서 이런 카카오의 계획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카카오에 SM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재정에 다소 무리가 가도 SM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자금 마련을 위해 3,200억 원 단기차입 공시를 냈다"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SM 인수를 원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이브 최대주주 되면 SM·카카오 제휴 가능할까
카카오는 여전히 "지분 매입은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에스엠과의 사업 제휴를 통해 IP 및 콘텐츠, 기술적 역량을 결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이브가 최대주주에 올라서더라도 SM 경영진과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는 이미 네이버와 플랫폼 사업 제휴를 하고 있는 만큼 2대 주주인 카카오와 사업 제휴를 논의하는 것도 애매하다. 2021년 네이버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넘기기로 결정했고, 4,118억 원에 위버스 운영사 위버스컴퍼니(당시 비엔엑스) 지분 49%를 인수했다.
게다가 현 SM 이사진 4명의 임기는 다음 달 끝난다. 하이브는 16일까지 새 이사회 후보 명단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하이브+이수만' 세력과 '현 SM 이사진+카카오' 측의 표 대결도 예상된다.
지분 인수 포기냐, 하이브에 맞불이냐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①카카오가 SM 지분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다. 이미 이 창업자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법원에 카카오의 SM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만약 인용되면 카카오의 뜻과 관계없이 지분 인수는 물 건너간다. 가처분 결과는 카카오가 SM 신주 대금 납입일인 다음 달 6일 이전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②카카오가 더 많은 SM 지분을 인수하면서 하이브와 맞붙을 가능성이다. 다만 SM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SM 주가는 2월에만 31.82% 급등한 만큼 다시 카카오가 '쩐의 전쟁'을 펼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남은 변수다. 아이돌 시장의 공룡인 하이브가 SM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가요계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 입장에서는 약 2,000억 원을 지출해 얻은 9.05%의 SM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 대신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를 목전에 두고 사업의 볼륨을 키우는 방향"이라며 "아직 SM의 지분 경쟁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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