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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새는 기왓장 포착" 한옥 지키는 드론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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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새는 기왓장 포착" 한옥 지키는 드론이 떴다

입력
2023.02.1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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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옥지원센터 점검 현장 가보니]
지붕 안 올라가도 문제점 한눈에
드론 점검에 건축주도 만족도 커
한옥 숫자 감소에 서울시 지원 강화

8일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한옥 '양유당'에서 한옥지원센터 직원들이 드론으로 지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8일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한옥 '양유당'에서 한옥지원센터 직원들이 드론으로 지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부웅~ 윙윙~”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이 한옥 지붕 위를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바쁘게 누비고 다닌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고즈넉한 한옥 마을에 낯선 ‘기계음’이 퍼져 나가는 찰나 “찾았다”라는 외침이 들렸다. 드론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보던 서울시 한옥지원센터 김현우 주무관은 “암키와(지붕에 까는 넓은 기와) 두 곳이 깨졌다”며 “여기로 빗물이 샌 것 같다”고 말했다.

누수 점검 요청을 받고 8일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한옥 ‘양유당’을 방문한 김 주무관은 “얼마 전까지도 직접 지붕에 올라갔는데 이젠 드론 덕분에 한결 편해졌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드론으로 한옥 점검, 맞춤형 솔루션까지

과거에는 한옥 지붕 점검을 하려면 한옥지원센터 직원들이 직접 지붕에 올라가야 했다. 서재훈 기자

과거에는 한옥 지붕 점검을 하려면 한옥지원센터 직원들이 직접 지붕에 올라가야 했다. 서재훈 기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옥 지붕 점검 작업에 드론 촬영을 도입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다. 한옥지원센터가 매년 현장에 출동하는 민원은 200여 건. 그중 절반 이상이 지붕 누수 문제다.

지난해까지 김 주무관은 사다리를 타야 했다. 10년 넘게 한옥을 만든 대목수 출신 김 주무관도 비스듬한 지붕을 따라 미끄러운 기와를 점검하다 보면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안전한 방법을 궁리하다 드론을 떠올렸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에 인접했던 한옥 밀집 지역인 북촌과 서촌 일대 비행금지구역이 해제돼 드론 투입이 가능해졌다.

김 주무관은 “드론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지붕 전체와 하자 부위, 기와 상태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한층 효율적인 한옥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건축주들 만족감도 크다. 드론 촬영물을 현장에서 함께 보면서 문제점과 보수 방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양유당은 처마 끝에서 1.3m 반경 안에 있는 기와를 해체한 뒤 방수시트를 깔고 기와를 다시 얹는, ‘기와 뒤집기’ 처방을 받았다.

양유당 건축주 김미경씨는 드론이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색다른 광경을 부지런히 휴대폰에 담았다. 그는 “2년 전 돌풍이 불어서 기와가 우수수 날아간 적이 있다”며 “한옥지원센터 관계자들이 지붕에 올라갈 때마다 혹시 바람이라도 불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드론이 도입돼 다행”이라고 했다.

사라지는 한옥, 서울엔 8,000여 채 남아

드론으로 촬영한 북촌 한옥 양유당. 한옥지원센터 제공

드론으로 촬영한 북촌 한옥 양유당. 한옥지원센터 제공

그간 한옥 거주자들은 집에 문제가 생겨도 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리 방법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전문 기술자들과의 연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옥지원센터의 ‘한옥출동119 서비스’는 이런 한옥 거주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방문 점검과 상담, 맞춤형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일부 하자는 한옥지원센터가 직접 업체를 고용해 수리를 책임진다. 대대적 개보수가 필요한 한옥들은 서울시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한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내 한옥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2006년 2만2,000채에 달했던 한옥은 현재 8,000여 채밖에 남지 않았다. 절반인 4,000여 채가 북촌과 서촌 등 종로구에 있다. 종로구는 해체된 한옥의 기와, 서까래, 기둥, 기단석을 재활용하는 한옥자재은행도 운영 중이다.

한옥지원센터에는 김 주무관 외에 외부 건축가 두 명도 함께 일하며 서울 시내 한옥 정보를 수집ㆍ정리하고 있다. 드론으로 담은 사진과 영상도 서울 건축문화 자료로 활용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김 주무관이 주도해 한옥 유지 매뉴얼을 정리한 책도 만들었다. 김 주무관은 “한옥 거주자들이 ‘집 걱정 내려놓고 밤에 푹 잘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한옥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한옥지원센터를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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