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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vs 민주당

입력
2023.02.13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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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꼬기... 대정부 질문 코미디로 전락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주 사흘간의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연단에 가장 많이 불려 나온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SNS에는 한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설전이 담긴 영상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 장관 한 명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융단폭격을 퍼부었고, 한 장관은 속사포처럼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아치는 예의 ‘한동훈 화법’으로 능수능란하게 맞섰다. 마치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히어로이든 빌런이든) 혼자 열댓 명과 맞서 싸우는 듯했달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정청래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에 한 장관은 “언제 적 얘기를 아직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말이 어떻게 나오냐”는 식으로 요리조리 비껴갔다. “묻는 말 중심으로 답하라”는 지적엔 “묻는 말이 이상해서 그렇다”고 응수했다. 한 장관의 답변 태도에 빗댄 정 의원의 ‘아주까리 기름’ 발언은 이래저래 화제가 됐다. 김민석 의원은 문답 중에 점점 감정이 끓어오르다 결국 “오만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폭발했다.

□특정 부분만 잘라내 왜곡을 낳는 ‘짤’들도 많았다. 고민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런저런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고, 대부분의 영상은 한 장관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답변으로 마무리됐다. 바로 이어진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질의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데, ‘짤’만 본 이들은 고 의원의 굴욕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사람만 팬다’는 전술을 폈지만, 결국 ‘한 방’은 없이 곁가지 시비만 걸다 끝났다. 한 장관이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사안의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식으로 비껴가며 ‘깐족 화법’을 점점 늘려간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우리 때는 보좌관과 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팀플레이를 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개인플레이를 하는 탓에 한 장관에게 번번이 깨진다”고 했을까. 결국 한껏 무거워야 할 대정부 질의는 가벼운 코미디로 전락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질의를 만만히 여기는 한 장관, 그저 한 장관과 기싸움만 하려 든 민주당 의원들의 합작품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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