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뒤 "총기 오발" 허위보고
부대 통제로 119 13분 부대 앞 대기
육군 "임의 보고... 구급차 막지 않아"
지난해 11월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근무하던 이등병이 부대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 가해자가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허위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군인권센터와 유족 등에 따르면, 육군 12사단 소속 김모 이병은 부대 간부와 선임들로부터 폭언과 질책에 시달리다 소초 근무를 하던 지난해 11월 28일 밤 지급받은 총기로 목숨을 끊었다. 내초 근무자가 사고 즉시 A하사에게 상황을 보고했지만, 그는 상부에 “판초우의가 총기에 걸려 1발이 격발됐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다. 사건은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에도 사고사로 보고됐다가 이후 ‘원인미상 총상’으로 정정됐다. A하사는 괴롭힘에 가담했던 당사자로 군사경찰에 “두려운 마음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센터 측은 “A하사가 본인의 과오를 덮기 위해 사건을 허위로 보고해 부대 지휘와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는데, 군사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이병 아버지는 “사고 발생 직후 허위보고로 우리 가족은 지난 몇 달 동안 아이가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탄했다.
사고 당시 경찰과 119가 군의 통제로 신속히 현장에 가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센터는 강원 양구경찰서와 양구소방서 등의 정보공개청구 답변을 근거로 “구급차와 순찰차가 부대 앞에 13분을 서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부대 내에서 ‘누가 민간 구급차를 불렀느냐’는 논쟁이 있었다는 익명 제보도 있다”며 “사람 생명이 위험한 데도 몰래 사고를 처리하고 싶어하는 군의 고질적 습성이 작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이병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전입 열흘 만에 GOP 경계근무에 투입됐고, 업무 미숙 등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은 입장문을 내고 “허위 보고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A하사가 임의로 추정해 상황보고한 것이고, 이후 상급부대에 정정보고돼 수사 혼선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119구급차를 의도적으로 막은 사실이 없고, 논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김 이병을 괴롭힌 A하사 등 8명을 강요, 협박 등 혐의로 민간경찰에 넘기고 10여 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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