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조, 건설현장서 금품 갈취하다 덜미

6개 건설업체에 3,400만 원 갈취
건설 현장 돌며 공갈 대상 사전 답사도

부산경찰청 전경. 한국일보DB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동조합 지부를 만든 뒤 건설현장에서 장애인 채용을 빌미로 금품을 갈취한 노조 관계자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건설 현장으로부터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장애인 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 지부 A지부장과 B사무국장 등 2명을 구속하고 다른 간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12월 부불경 건설 현장 인근에서 집회신고를 잇달아 낸 뒤 ‘장애인 노조원 고용’ 을 명분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전에 건설현장 답사를 통해 공갈 대상 업체를 물색하고, 집회에는 일당을 주고 사람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이를 빌미로 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요구하거나, 허위로 노조원을 채용하도록 한 뒤 뒤 임금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챘다.

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업체는 8개 건설 현장의 6개 업체로 파악됐다. 이들은 6개 건설업체에게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했고,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3,4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만든 노조에는 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공사현장에도 단 한 명의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을 채용한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