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이트가 불법사금융 창구로 악용
개인정보 판매·불법업체 동시 운영 적발
16일부터 소비자 정보 업체 제공 금지키로
최근 급전이 필요해진 직장인 A씨는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를 찾았다. 포털에 '대부' '급전'이라는 단어만 쳐도 관련 사이트 수십 곳이 쏟아졌다. 모든 사이트는 자신들이 합법 등록 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A씨가 한 사이트 대출 문의 게시판에 글을 올린 지 얼마 후, 휴대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부업체 수십 곳에서 법정금리(연 20%)를 초과한 사금융을 권유하는 전화가 쏟아진 것이다.
16일부터 대부업체가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연락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금융감독원은 13일 대부중개사이트가 소비자들이 불법사금융과 접촉하는 주요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 이런 운영방식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채무자대리인 신청자 4,313명 대상 설문조사에선 무려 3,455명(80%)이 대부중개사이트를 통해 불법사금융을 접했다고 답했다.
A씨 사례처럼 현재 대부중개사이트 운영방식은 소비자의 전화번호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 절차를 거친 뒤 게시판에 대출문의 글을 작성하면, 해당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대부업체가 소비자의 정보를 열람하고 먼저 연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전화번호가 불법사금융업자에게 판매되거나 전달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경찰은 불법사금융과 합법 대부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다수의 합법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업체에 정보를 판매하는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개사이트 대부분은 회원 대부업체의 소비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후관리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중개사이트의 소비자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앞으로 업체들은 소비자가 게시글을 올려도 전화번호를 알 수 없고, 광고 댓글을 단 뒤 소비자의 연락을 기다리도록 개선된다. 물론 소비자가 직접 전화를 거는 구조여서 전화번호 정보가 다른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업자에게 유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개인정보 유출행위 및 사이트 내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엄정 단속,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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