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책사, 대만 국민당 부주석 만나 양안관계 논의
내년 대만 '정권 교체' 염두, 야당 밀어주기 본격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밀어주기에 나섰다. 반중국 노선이 뚜렷한 여당인 민진당을 제치고 야당에 베팅하려는 것이다. '미래의 친중국 정권'을 세우고 양안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시도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10일 중국을 방문 중인 샤리옌 대만 국민당 부주석을 만났다. 왕 상무위원은 "광범위한 대만 동포들과 단결해 조국 통일과 민족 부흥의 역사적 위업을 함께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양당은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도출된 합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기초 위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뜻을 모았다.
"펠로시 대만행 이후 국민당 인기 상승"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 상무위원은 '시진핑의 책사'라 불릴 정도로 시 주석의 대외 정책에 깊게 관여한다. 최근에는 시 주석이 그에게 새로운 대만 정책 수립을 지시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가 국민당 부주석을 카운터파트로 맞아 '하나의 중국' 문제를 논의하는 장면을 연출해 국민당의 위상을 한껏 치켜올리는 모양새다.
이는 다분히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염두에 둔 제스처로 풀이된다. 2016년 반중 색채가 강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뒤 대만의 반중 여론이 커지면서 양안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대만 총선에서 민진당이 참패한 것을 '대만의 정권 교체 신호'로 해석하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적극 밀어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주쑹링 베이징연합대학 대만연구원 소장은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왕후닝과 샤리옌의 만남은 국공 양당 간 이해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국민당이 집권했을 때 양안관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정지안 샤먼대 대만연구소 석좌교수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대만인들의 경계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민진당이 안보 불안을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20.7%)과 국민당의 지지율(21.9%)은 팽팽했다.
대만 기업 제재 해재...국민당 밀어주기
중국은 대만 여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4곳으로 축소됐던 중국-대만 직항 운항 도시를 3월부터 16곳으로 확대한다. 또한 세관 격인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던 대만 식품기업 중 63곳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대만의 경기 회복을 도와 국민당의 지지율을 더욱 높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진당은 반발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조직인 대륙위원회는 왕후닝과 샤리옌 회동 직후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은 갈라치기를 하려 하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중국이 국민당과의 노골적인 스킨십 강화로 대만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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