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구로다 체제 10년 '아베노믹스' 지지
새 총재 임무, '금융완화 출구 안전하게 찾기'
관료 대신 유연성 있는 경제학자 출신 임명
"우에다가 누구야?" "난 전혀 몰라."
지난 10일 올해 4월 임기가 종료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경제학자 우에다 가즈오(71) 교리쓰여대 교수(전 일본은행 심의위원)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관저 간부조차 아사히신문에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의외의 인선이었다. 기시다 내각은 14일 국회에 우에다의 일본은행 총재 인선안을 제출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차기 총재 인선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29엔대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격하게 반응했다. 우에다가 기자들에게 "현재의 금융정책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후에야 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완화 정책 출구 모색 적임자 안전하게 선택
일본은행은 10년 동안 이어진 구로다 체제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장기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며 '아베노믹스'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정책 금리는 마이너스까지 내리고 시장 금리도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무제한 국채를 매입하는 등 돈 푸는 정책을 총동원했다.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도 일본은 완화 정책을 고집했다. 결국 급격한 엔화 약세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엔저까지 더해져 물가상승률이 연 4.0%까지 오르자 여론이 들끓었다. 다음 총재는 누가 되든 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시다 내각이 신속한 정상화를 추진할 '매파'적 인물을 임명한다면 금융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정치적으로도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에서 강력 반대할 것이었다.
이에 내각은 일본 구로다 체제의 일원인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일본은행 부총재에게 차기 총재직을 타진했다. 아마미야가 고사하자 '완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출구를 탐색할 만한 적임자'로 경제학자 출신의 우에다가 낙점됐다. 학자 출신 일본은행 총재 인선은 일본에선 처음이다.
2000년 일본은행 제로금리 정책 중단 시 반대표 던져
일본 언론은 '우에다의 일본은행'이 '구로다의 일본은행'과 다를 것으로 본다. 우에다와 친분이 있는 전직 일본은행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우에다는) 아베노믹스에 집착하기보다 경제 정세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우에다는 일본은행 심의위원이었던 2000년 은행 집행부가 제로금리 정책 중단을 결정했을 때 "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물가상승과 급격한 엔화 약세로 구로다 체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지난해 7월에도 '급격한 긴축은 피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니혼게이자이에 냈다. 우에다 취임 이후 당분간 완화정책의 지속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에다는 같은 기고에서 “예상을 넘어 장기화한 이례적 금융완화는 향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썼다. 또한 시장금리를 특정 수준(현재 0.5%)에 묶어 놓기 위해 무제한 국채를 매입하는 '장단기 금리 조작'에 대해 "미세조정에 적합하지 않고 채권시장에서 투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에다가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 가도록 완화정책을 계속하되, 장단기 금리조작 등 세부 조치는 미세 조정하며 완화 정책의 출구를 탐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이코노미스트는 "경직적 금융완화도 아니고 급격한 정상화도 아닌, 경제 상황을 보면서 균형을 맞추는 본래의 모습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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