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9세 운임 부과 시 1524억 원 수익 증가
출퇴근 시간 운임 부과 땐 손실 13~16% 감소
"비용 절감 효과 아닌 제도적 편익 고려해야"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노인 복지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제도 개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높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부터 시간대별 요금 감면, 소득계층별 차등 할인, 무상 이용 횟수 제한 등 주요 대안들의 내용을 따져 봤다.
무임승차 체계 개편은 시간문제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하철 운영 적자는 6,300억 원 수준이다. 이 중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경우 2,665억 원(42%)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임승차 제도 개편을 화두로 던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인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행 횟수나 주행 거리 증가와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서울지하철 적자 원인을 무임승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비율은 17.5%로, 2025년 20.6%, 2035년 30.9%, 2040년에는 35.3%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4년(4.1%)과 비교하면 갈수록 재정 압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서는 이미 70세 상향 시동
가장 유력한 대안은 무임승차 연령 기준 상향이다. 대구시는 이미 무상승차 기준을 지하철의 경우 65세부터 한 살씩 단계적으로 올리고 버스는 75세부터 한 살씩 내려서 2028년에 70세로 맞추기로 했다. 서울시도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65~69세 무임승차자(1억1,248명)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 최대 1,524억 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해, 무임승차 손실을 57%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유료 전환 시 해당 연령층의 지하철 이용률이 43.5%로 떨어져, 운임 수익이 664억 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무임승차 시간대 지정’도 현실성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출퇴근 시간에 요금을 징수하고, 낮 시간은 무임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요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461억~559억 원의 수익이 발생해 연간 무임 손실이 13~16%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하반기(7~12월) 무임승차 이용객은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오후 3~4시(1,122만 명)와 오후 4~5시(1,054만 명), 오후 2~3시(1,037만 명) 순으로 많았다. 영국도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9시 30분 이후부터 무료 운임을 적용하고 있다.
할인율 조정이나 소득수준별 무임 적용, 월간 무임승차 횟수나 금액 상한 설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해외에서 채택한 제도들이다. 독일ㆍ덴마크ㆍ호주ㆍ홍콩은 50% 할인을 적용하고, 미국은 주(州)마다 할인율이 30~54%까지 다양하다. 프랑스는 일정 소득 이하 노인에게 20~8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 국가에서 할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 이상’으로 한국과 동일하고, 일본만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을 뒀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 신중히 고려해야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무임승차 체계 개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국내 노인 빈곤율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5%)보다 3배나 높다. 교통비 부과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저소득층에 전가돼 빈곤 노인들의 경제활동 제약과 사회적 배제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여러 대안들의 제도적 편익을 정교하고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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