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년을 맞는다. 아마도 먼 미래에 역사의 긴 시계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전쟁은 다방면에 걸쳐 세계질서 변화를 가져온 대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정치적으로 신냉전 시대의 도래다.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사실상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평가받아 왔다. 미국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말’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20년간 누렸던 정치, 경제적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변화를 맞는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인기영합의 극우주의가 득세하였으며 결국 국제질서는 자국우선을 내세우며 갈등으로 치달았다. 폐기됐다고 평가받던 산업정책도 다시 부활했다. 과거 1970~80년대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펼쳤던 산업육성 정책이 이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까지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결합되면서 반도체, 배터리 등은 핵심 전략자산으로 인식되었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전환에 따른 상시적 고물가 시대의 도래다. 미국 연준의 2%의 물가목표를 3%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신뢰 상실을 가져왔다. 정치, 경제적 갈등이 실제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이래저래 힘든 시기이며 기회와 위기가 병존하고 있다. 국가적 역량을 집결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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