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적 공소사실 적시했으면 무죄 선고 못했을 것”
“국회의원 직무범위 좁게 해석, 법원 판단도 잘못”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게 아들의 퇴직금·성과금 명목으로 5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던 곽상도 전 의원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런 문제는 주위적으로는 단순 뇌물죄, 예비적으로는 제3자 뇌물죄 이렇게 기소를 해야 되는데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법원은 그 부분을 판단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점들이 국민들에게 불신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 관련 부정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요구·약속하게 한 범죄를 말한다. 앞서 법원은 곽 전 의원의 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해 곽 전 의원이 돈을 직접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에 적시해 기소했다면,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공동체 관계가 아니라고 보더라도 부정청탁과 대가성 입증 시 뇌물 관련 혐의에 유죄를 선고할 수 있었을 것이란 취지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된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을 말한다.
김 의원은 곽 전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대장동 사업과 직무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법원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다른 상임위 의원들에게도 부탁할 수 있고, 성남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액의 뇌물을 준 걸 보면 특정 현안 어느 하나를 해결해달라고 줬을 가능성보다는 앞으로 이 사업하는 데 난관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여러 도움을 달라는 기대에서 줬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직무 범위는 매우 넓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 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 관계를 넓게 보고, 포괄적 뇌물죄 법리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이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사실상 인정하고도,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녹취록 자체의 증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김 변호사는 풀이했다. 녹취록에는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주는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녹취를 한 배경이 대장동에서 나온 개발이익을 서로 나누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김씨가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뇌물 등의 비용을 부풀려 대화했을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녹취록에서 나온 대화 자체가 (김씨가) ‘뇌물이나 이런 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나눌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어서 아마 재판부에서는 크게 신뢰를 두지 않을 것”라며 “정영학 녹취록은 이제 법원에서 그렇게 쉽게 신뢰를 주지 않을 증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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