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일죄 인정 안돼 김 여사 부담 덜어
김 여사 계좌 활용 시기 일부 시효 남아
검찰 "계속 수사" 처분 시기는 말 아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들이 1심 법원에서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이 공모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10일 검찰이 5단계로 나눈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기간(2009년 12월 23일~2012년 12월 7일) 중 1단계와 2단계 기간 일부인 2010년 10월 20일 이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검찰은 '포괄일죄'(여러 기간 범행을 하나의 죄로 묶음)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주가조작 '주포'가 다른 점을 들어 1단계를 분리해 판단했다.
1단계 주포인 이모씨와의 관계 때문에 공세를 받아온 김 여사는 이날 법원 판단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개로 알게 된 이씨에게 2010년 초 10억 원이 든 신한증권 계좌를 맡기며 '전주' 역할을 했다. 김 여사 측은 이씨에게 주식 위탁관리를 맡겼지만 손실이 발생해 2010년 5월 이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1단계 기간 말미에 이씨가 권오수 및 지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주가 상승도 안 돼 권오수와 반목하다가 2010년 8월 관계가 단절됐다"며 포괄일죄 불인정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가 2010년 10월 20일 이후 시세조종 행위는 하나로 묶어 유죄로 판단한 만큼 김 여사가 관계된 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도과한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 세력의 2단계 작전 시기에도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재판에선 2단계 작전 '주포'인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씨가 2010년 11월 1일 '12시에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자, 투자자문사 임원 민모씨가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김씨는 그러자 '매도하라'고 답했고, 7초 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선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날 유죄 판결을 받은 투자자문사 업체에선 '김건희' 엑셀 파일도 나왔다.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계좌 인출내역과 잔고, 주식 매각 일자와 거래량이 기재됐다. 주식 매각 시점과 파일 저장 일자는 2단계 시기인 2011년 1월 13일로 기록됐다. 검찰은 2021년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며 선수들의 김 여사 계좌를 통한 주식거래가 2011년 1월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검찰 주변에선 이에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하고 주가조작 주포들과 연락하며 가담한 정황이 없다면 섣불리 조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검찰이 계좌주 91명 중 가담 혐의가 뚜렷하다고 보고 기소한 '큰손' 손모씨도 이날 공모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주범인 권 전 회장 등의 형량이 낮아 항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규정하며 주범들에게 비교적 약한 처벌을 내리면서, 검찰 수사 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와 관련해 필요한 부분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처분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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