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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증거능력 인정하고도 곽상도 무죄… 대장동 재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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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증거능력 인정하고도 곽상도 무죄… 대장동 재판 변수

입력
2023.02.10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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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증거능력 사실상 '인정'
업자들 전문진술 증거능력 판단은 갈려
녹취록·진술만으론 유죄 어렵다고 판단
다른 물증 얼마나 많이 제시할지가 관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곽상도 전 국회의원 판결문에는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전문진술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도 담겨 있었다. 녹취록과 전문진술은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의 재판에서도 유·무죄를 가를 핵심 물증으로 꼽혀온 만큼, 다른 재판부에서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 증거능력은 사실상 인정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업을 도운 대가로 아들 병채씨가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도록 했다고 봤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 당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려고 하자, 곽 전 의원이 김씨 부탁을 받아 하나은행을 잔류시켰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검찰은 그러면서 '정영학 녹취록'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병채씨를 통해 50억 원을 주는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사자들은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유죄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정 회계사가 녹음기 파일을 컴퓨터로 수정한 뒤 USB에 담아 검찰에 제출하면서 조작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녹취록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①녹음기 파일과 USB에 담긴 녹음파일의 해쉬값(디지털 자료의 고유식별번호)이 동일하고 ②녹음파일 재생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대목이 없었다고 봤다.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셈이다.

민간업자들 "들었다" 진술 증거능력 엇갈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진술도 증거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사실관계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들의 진술은 대체로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을 언급하는 '전문(傳聞)진술'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곽 전 의원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의 일부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예컨대 "김씨가 2021년 9월 '상도형은 아들내미 줬어'라고 말했다"는 남 변호사 진술의 증거능력은 기각됐다. 김만배씨가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증언한 데다, 신빙할 만한 상태에서 말한 것이란 점이 증명되지 않아 죄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로부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회장한테 전화해서 막아줬기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들었다"는 남 변호사 진술은 증거능력이 일부 인정됐다. 김씨가 발언할 당시 답변을 강요받았을 여지가 없고, 내용의 신빙성도 담보된다고 본 것이다.

증거능력 인정에도 무죄... 결국 다른 물증이 중요

하지만 곽 전 의원은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성과급 50억 원은 이례적"이라면서도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로비 대가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직무관련성을 인정한다"면서도 곽 전 의원과 병채씨가 경제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증거능력이 인정된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업자들 진술만으로는 유죄 입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곽 전 의원 재판부의 판단은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비리와 대장동 일당들의 본류 사건에서도 정영학 녹취록과 전문진술은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녹취록과 전문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를 얼마나 많이 제시할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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