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완성 불가능할 정도인지 따져야"
전문건설업 요건을 갖춘 것처럼 속여 하도급 공사를 따낸 건설업자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자본금을 가장납입하고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기재하는 방법으로 전문건설업을 부정등록한 뒤, 발주기관으로부터 교량 가설 공사를 도급받았다. A씨는 해당 공사와 관련해 발주기관과 "특허가 사용되는 공사의 일부 혹은 전부는 하도급받아 공사할 수 있다"는 특허 사용협약을 체결했고, 13억여 원의 공사대금을 편취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가 조달청과 발주기관 담당자 등을 기망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기망행위는 계약 체결뿐 아니라 해당 계약에 따른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에게 사기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계약 당시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전원이 시공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하도급 등을 통한 외부인력 참여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계약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도급 계약 체결 자체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선 안 되고, 그 위반으로 일의 완성이 불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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