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1회만 타도 30㎞ 초과 시 150원 추가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추진
오세훈 "거리비례제, 보고 못 받아"
서울시가 시내버스 승차 시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거리비례 운임제(거리비례제)’ 도입 계획을 반나절도 안 돼 철회했다.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지만, 무임승차 체계 개선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일괄 300~4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더해 거리비례제까지 담은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청취안에는 현행 기본요금(카드 기준 1,200원)만 적용되는 간ㆍ지선버스 이용 시 거리비례제를 도입해 10~30㎞ 구간에서는 5㎞마다 150원씩 추가하고, 30㎞ 초과 시에는 150원의 추가 요금을 매기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지하철 추가 요금도 10~50㎞는 5㎞마다 100원에서 150원, 50㎞ 초과 시에는 8㎞마다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다. 버스 거리비례제 도입은 2004년 7월 서울 버스 체계 개편 이후 19년 만이다.
이 같은 구상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자 시는 이날 오전 11시 24분쯤 보도자료를 통해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시는 불과 4시간 만인 오후 3시 30분쯤 “다양한 의견 청취 과정에서 현재 지속된 고물가로 서민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거리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철회의사를 밝혔다.
이례적인 서울시의 행보를 두고 고물가로 서민 부담이 커지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급히 수습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계획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거리비례제는 처음 보는 것으로 시민 부담이 클 수 있다"며 "JTBC 드라마인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서울시 교통정책은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데 거리비례제는 이와는 결이 다르다"고 재검토를 주문했다. 실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버스가 직선거리 1㎞를 빙빙 돌아 5㎞로 가는데 택시도 아니고 거리 할증은 말도 안 된다’, ‘서민들 필수품인 전기료, 가스비, 상하수도 요금 인상도 모자라 대중교통 요금까지 올리나’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전국 17개 시도에 물가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등 7개 지방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 폭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서울시는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은 예정대로 10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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