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피지컬: 100', 비영어 TV쇼 부문 2위 등극
춘리와 박형근 대결로 불거진 '젠더 매치' 논란
'피지컬: 100' 연출의도와 동떨어진 비판 이어져
기세 좋게 스타트를 끊었던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느닷없이 찬물이 끼얹어졌다. 직업 성별 체급을 불문한 전투라는 설정이 '피지컬:100'의 무기이자 차별점인데, 일부 시청자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일었다. 제작진은 어떤 의도로 이 장면을 내세웠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공개 직후부터 전세계의 열띤 반응을 얻었다.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누적 시청 시간 3,130만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2위 및 62개국 TOP 10 리스트에 진입했다. 인기 비결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긴장감 넘치는 몰입도가 꼽히고 있다.
'피지컬: 100'은 '오징어 게임' 신드롬 이전에 기획됐고 전 세계의 유행을 잘 읽은 예능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서바이벌을 사랑하는 이유인 탈락에 대한 공포, 통과에 대한 응원과 성공의 쾌감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흐름과 이제껏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들이 인체의 한계에 맞부딪히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남겼다. 특히 데스매치, 서바이벌 등 직관적인 게임 구조는 빠른 전개와 가볍게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는 시청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고 공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흐름을 깨는 논란이 일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퀘스트를 깨는 프로그램 특성상 남자와 여자가 함께 게임에 임하게 됐는데 남성 격투기 선수 박형근이 여성 보디빌더 춘리와 일대일 데스매치를 벌인 것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영상 속 박형근은 춘리를 제압하기 위해 가슴을 눌렀고, 일부 시청자들이 "비열하다"고 지적하면서 공론화됐다. 다만 장호기 PD는 사전에 꼼꼼한 가이드라인과 출연자들의 동의를 받아 대결이 이뤄졌으며 안전에 대한 제작진의 세심한 주의도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사자들의 의견도 비판과는 전혀 다른 결이다. 춘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형근 선수는 운동인으로서 정당하게 대결하였고 난 이 대결에 대해 아무런 문제나 불만이 없었다. 참가자 전원이 남녀 구분 없이 대결한다는걸 다 알고 있었다. 상대가 격투기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고 당연히 격투 기술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나도 만약 격투기 선수였다면 당연히 이런 기술을 이기기 위해 사용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영상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가슴! 가슴!'이라고 외친 것은 '가슴을 왜 만지냐, 반칙이다'라는 말로 오해하시는데 그 말뜻이 아니고 '숨 못 쉬니 빨리 빠져나와라' 그것을 저에게 인지시켜주기 위해 여성 참가자들이 소리를 지른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박형근도 자신을 향한 여론을 의식한 듯 "싸우러 왔으면 싸우자"라는 멘트와 함께 논란이 된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피지컬: 100'에서 춘리와 박형근만 젠더 매치로 대결한 것은 아니지만 박형근이 다소 자극적인 리액션을 보여 해당 장면이 부각됐고 보는 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피지컬: 100'의 연출 의도를 떠올린다면 이 논란은 오히려 편견을 부추기는 셈이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 때문에 여성과 남성이 '같이' 대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정당하게 대결했고 춘리가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장호기 PD는 "두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다. 춘리가 근력이 좋아서 남자들도 충분히 제압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앞서의 논란은 몸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했던 프로그램 취지와 정반대 선상에 있다. "성별과 인종에 관계없이 완벽한 몸을 찾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피지컬: 100'. 흥행 속 불거진 퇴행적 논란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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