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해수 유입으로 복원력 상실
과적·엔진 고장 등 복합적 원인 가능성도
실종자 4명은 이날 오후까지 발견 못 해
기상 악화로 난항을 겪던 '청보호' 인양 작업이 8일 본격화됐다. 해양경찰은 인양 작업이 마무리되면 남은 실종자 4명을 찾기 위한 선체 내부 수색과 전복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 해역에서 직선거리로 14.4㎞ 떨어진 전남 신안 소허사도 앞 해상에서 청보호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200톤 급 크레인선 인양용 와이어 4개를 청보호에 연결해 전복된 배를 원래 방향으로 돌려놓는 원형 복구 작업부터 시작했다. 해경은 이날 저녁 원형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배수작업도 진행했다. 배가 정상적으로 부력을 유지해 선박 안정성이 확보되면 화물칸 등 마지막 선내 정밀수색에 돌입한다.
선체 인양 작업과 함께 사고 원인 조사도 본격화된다. 사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청보호는 지난해 4월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의 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전문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FRP 재질은 건조비가 저렴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 등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청보호 같은 어선의 경우 한쪽 면이 파손돼도 이중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선체 하부 공간을 사이에 두고 FRP를 겹겹이 붙인 '이중구조'로 건조한다. 다만 수중 수색 과정에선 최초 구조작업 과정에서 선체 진입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만 확인됐을 뿐 파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물속에선 파손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해경은 인양 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선내 결함으로 인한 해수 유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보호에서 구조된 한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고 진술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배 청소 등을 위해 유입되는 해수 밸브나 펌프 고장, 운영 미숙 등으로 해수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적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있다. 청보호는 개당 무게 3~4㎏의 통발 3,000여 개가 배에 실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희산 목포해양대 선박수리지원센터 기업지원실장은 “선박과 프로펠러 구동축 간 밀봉 장치가 고장이 날 때 기관실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과적과 엔진 고장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 물을 담은 대야가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쉽게 물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선박의 급격한 복원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인양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을 정도로 인명 피해가 컸던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청보호는 지난 4일 오후 11시 19분쯤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됐다. 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됐고 5명이 사망했다. 선장 이모(50)씨와 선원 윤모(40)씨, 외국인 선원 2명 등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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