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녹음한 라이브 앨범 수록곡으로 대면 공연
12일 서울, 24일 세종, 25일 대구서 공연
한국의 다이애나 크롤.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킴(본명 김희진·37)을 소개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음색도 음악 스타일도 다르지만 노래와 연주 모두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뮤지션이라는 점, 대중과 평단의 고른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라는 점은 닮았다.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를 치는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는 그의 진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앨범 ‘스텔라이브 Vol. 16 투 포 더 로드(Stellive Vol. 16 Two For The Road)’에서 잘 드러난다. 베이시스트 김대호와 단둘이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국내에 흔치 않은 재즈 보컬리스트의 라이브 앨범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던 2020년 11월 비대면으로 열렸던 이 듀오 공연이 2년여 만에 대면으로 관객과 만난다.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폼텍웍스홀에서 열리는 ‘서울 윈터 재즈 페스티벌 2022’의 마지막 날 무대를 시작으로 24일 세종 재즈인랩, 25일 대구 베리어스 재즈클럽까지 세 차례 공연한다.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마리아 킴은 “관객의 소리도 담을 수 있는 라이브 앨범인데 비대면으로 해야 해서 안타까웠다”며 “많은 관객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 투어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재녹음이나 수정이 어려운 라이브 앨범 특성상 “굉장히 무섭고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는 그는 “듀오 편성으로 심플하게 했을 때 더 좋게 들릴 수 있는 곡들을 선곡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선 재즈 블루스 곡 ‘베이신 스트리트 블루스(Basin Street Blues)’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의 거장 헨리 맨시니의 ‘투 포 더 로드’, 비틀스의 ‘갓 투 겟 유 인투 마이 라이프(Got to Get You into My Life)’ 등 앨범에 담긴 곡들 외에 이번 투어를 위해 준비한 곡들도 연주한다. 18년간 호흡을 맞춰온 김대호와의 앙상블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 많이 연주하던 곡을 할 때도 대호씨는 틀에 박힌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시도를 시시각각 보여주는 연주자입니다. 같은 곡을 여러 번 연주해도 늘 즐거운 이유죠. 제 MBTI(성격유형검사)가 계획과 원칙을 중시하는 ISTJ인데 대호씨는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분이어서 함께 연주하며 많은 걸 배워요.”
2015년 자작곡으로 채운 데뷔 앨범부터 여섯 번째 앨범인 ‘투 포 더 로드’까지 매번 새로운 시도로 음악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마리아 킴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재즈 연주자 중 한 명이다. 2021년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낸 앨범 ‘위드 스트링스: 드림 오브 유(With Strings: Dream of You)’는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수상했고, 일본 재즈 평단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음원 플랫폼 멜론의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 ‘트랙제로’가 2월부터 시작한 ‘이달의 아티스트’의 첫 주인공으로도 선정됐다.
과시하지 않는 기교 속에서 섬세하게 드라마를 펼쳐 보이는 미성의 보컬과 온화한 연주는 마리아 킴의 가장 큰 장점이다. 클래식의 엄격함과 재즈의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것 역시 그만의 음악적 무기다. 실제로 세 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던 그는 15세이던 2002년 한국 재즈의 대모였던 고(故) 박성연의 요청으로 악보를 그리다 재즈클럽 무대에 서며 진로를 변경했다. “클래식을 공부할 땐 같은 걸 늘 반복해야 하니 지루했어요.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을 찾다가 재즈를 하게 됐죠.” 이후 미국 버클리음대와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재즈를 공부하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았다.
마리아 킴이 추구하는 재즈는 일상의 소음과 한 덩어리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음악이다. “재즈와 팝을 나누기 전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갖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재즈를 잘 몰라도 들었을 때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느낄 만한 곡을 선곡하려고 합니다. 보사노바에서 자작곡, 스탠더드, 듀오 편성, 현악 협연 등 여러 시도를 하는 것도 재즈에 관심 없던 분들이 여러 곡을 듣다 보면 어느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서죠. 관악과 현악이 함께 있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앨범을 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재즈를 더 많은 분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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