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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의 종점은 ‘댕댕이 테마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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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의 종점은 ‘댕댕이 테마파크’입니다!”

입력
2023.0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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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반려견 유치원이 마련한 특별한 ‘스쿨버스’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의 한 마을. 마을 길가에 나와 있는 반려견 ‘잭슨’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잭슨은 흥분하며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었죠. 이를 본 보호자 조안나 파네콕(Joanna Pannekoek) 씨는 “항상 이래왔다”며 빙긋 웃었는데요.

잭슨이 기다리던 건 바로 버스였습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운전 기사는 잠시 내려 보호자로부터 잭슨의 목줄을 넘겨받은 뒤 곧바로 잭슨과 함께 버스에 탑승합니다. 파네콕 씨는 잭슨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죠. 잭슨은 보호자와 함께 가는 것도 아닌데 전혀 망설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버스 안으로 뛰어듭니다. 대체 버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버스는 ‘강아지 스쿨버스’를 표방한 반려견 유치원 ‘러프 앤 퍼프’(Ruff and Puff)입니다. 반려견 교육 전문가인 덴젤 모리슨(Denzel Morrison) 씨가 운영하는 이 버스는 일종의 반려견 위탁 돌봄 서비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스러울 법도 하건만, 개들은 보호자가 없음에도 전혀 불안해하는 기색 없이 버스를 잘 탄다고 합니다.

캐나다 캘거리에는 반려견 전용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운영하는 반려견 위탁돌봄 사업자 '러프 앤 퍼프'는 대형 운동장으로 개들을 데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캐나다 캘거리에는 반려견 전용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운영하는 반려견 위탁돌봄 사업자 '러프 앤 퍼프'는 대형 운동장으로 개들을 데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버스에 탑승한 개들이 이렇게 안정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반려견 전용으로 개조한 버스의 안전장치들이죠. 좌석마다 반려견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습니다. 모리슨 씨는 탑승하는 반려견마다 꼭 안전장치를 채우는 걸 잊지 않는다고 해요. 또한 각 좌석마다 문을 만들어 반려견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의 종점은 어디일까요? 아마 개들에게는 ‘환상의 나라’와도 같을 겁니다. 바로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반려견 공원이거든요. 이곳은 모리슨 씨가 러프 앤 퍼프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려견들만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마련한 곳입니다. 모리슨 씨는 “개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목적지에 가까워질 때마다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아 빨리 내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라고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한번 버스를 운행할 때마다 탑승하는 개들이 10마리는 기본으로 넘어가는 만큼 ‘통제가 가능할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리슨 씨는 여전히 자신만만합니다.

지금껏 문제가 된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 곳은 온전히 제가 잘 통제하고 있고, 강아지들도 제 말에 잘 따르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도 충분한 만큼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덴젤 모리슨 씨, 캐나다 매체 ‘글로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서비스 운영자인 모리슨 씨의 아이디어에 보호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이 서비스 운영자인 모리슨 씨의 아이디어에 보호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모리슨 씨의 서비스는 보호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잭슨을 맡긴 파네콕 씨는 “집에 두 아이가 새로 들어왔고, 잭슨 외에도 새로운 강아지를 더 입양했을 때, 우리 가족은 잭슨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했다”며 “처음에는 뭔가 좀 의심스러웠는데, 잭슨이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잭슨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리슨 씨는 “그저 개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라고 답합니다. 그는 “이건 꿈의 직업”이라며 “하루 종일 개들과 놀아주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와 함께 자라며 개들을 좋아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모리슨 씨는 이 서비스를 캘거리 지역 전체로 확장하며 '강아지들의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모리슨 씨는 이 서비스를 캘거리 지역 전체로 확장하며 '강아지들의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러프 앤 퍼프 인스타그램

모리슨 씨는 현재 캘거리 남동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력이 되면 언제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는 “개들을 위한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다”며 “도시 전역에서 개들을 데려오면서 멋진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말하네요. 앞으로 그의 사업이 더 커져서 더 많은 반려견들이 ‘댕댕이 테마파크’에서 맘껏 뛰놀고 냄새를 맡으며 행복한 개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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