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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걸그룹 향한 '외모 품평', 고질병 해답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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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걸그룹 향한 '외모 품평', 고질병 해답 없나

입력
2023.02.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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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외모 변화에 쏟아지는 품평·조롱..."직무 유기" 비난까지
낮아진 평균 데뷔 연령, 악의적 외모 품평 노출에 심리적 악영향 우려

그룹 엔믹스 지우는 최근 한 패션 브랜드 행사에서 급격한 체중 감량을 감행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엔믹스 공식 SNS

그룹 엔믹스 지우는 최근 한 패션 브랜드 행사에서 급격한 체중 감량을 감행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엔믹스 공식 SNS

얼마 전 그룹 엔믹스 지우가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말 시상식 등을 통해 쉴틈 없는 활동을 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급격한 체중 감량을 감행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전 활동 당시에 비해 몰라보게 살이 빠진 지우의 모습에 반색했지만, 과거 지우를 향해 쏟아지던 무분별한 '비난'을 떠올리자니 흐뭇함 대신 씁쓸함이 밀려왔다.

지우를 향한 불특정 다수의 무분별한 비난과 조롱은 데뷔 이후 꽤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주된 이유는 지우가 데뷔 이후 활동을 거치며 살이 쪘다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원래 예쁜 얼굴을 가진 지우가 살을 뺀다면 더 많은 팬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었으나 속내는 결국 외모 품평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데뷔 이후 몸매 혹은 외모 변화로 대중의 품평대 위에 오른 걸그룹 멤버들은 비단 지우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데뷔 직전 가장 혹독하게 몸무게를 감량하고 활동에 나서는데, 이후 활동을 거치며 비교적 몸무게가 증가하거나 외적인 변화가 생길 경우 곧장 가혹한 품평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각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변화를 겪은 멤버들에게는 "직무 유기"라는 조롱 섞인 비난까지 이어지곤 한다. 걸그룹으로서 한결같이 이상적인 외모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인걸까.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평균 데뷔 연령이 눈에 띄게 어려진 탓에 데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성장기를 겪는 멤버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데뷔와 동시에 혹독한 외모 평가의 잣대를 마주하게 되는 지금의 현실은 실로 위험하고 안타깝다.

물론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인 만큼 비교적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성년자인 멤버들조차 일각의 무분별한 조롱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나친 다이어트(혹은 외모 관리)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육체적 건강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걸그룹 시장의 고질병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우의 급격한 체중 감량은 기특함과 동시에 그동안 본인이 겪었을 스트레스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자아냈다. 변신을 통해 달라진 여론이 단기적으로는 자존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외모 유지에 대한 '압박'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요 소속사 관계자 역시 "걸그룹 멤버들의 경우 잘못 찍힌 사진 한 장으로도 무분별한 비난과 억측, 품평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에 노출된 아티스트의 심리적 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도를 넘은 비난이나 품평이 늘어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동안 사회에서 젠더 이슈가 부각되면서 여성 스타들, 특히 걸그룹을 향한 성적 대상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역시 커졌었다. 이를 기점으로 걸그룹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성적 대상화나 외모 품평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지만 2023년 현재, 여전히 걸그룹을 향한 '품평'의 고질병은 답보 상태다. 이제는 실로 이 고질병 타파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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