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권자들 여론 "둘 중 누가 돼도 분노·불만족"
악재 겹친 '현직' 바이든... 트럼프는 '큰손'에 손절
내년엔 바이든 82세·트럼프 78세... 고령도 부담
내년 11월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재대결)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속단은 이르지만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지난 대선 때 맞붙었던 두 사람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 소속 정당 안팎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가 눈에 띄게 감지되고 있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을 희망하는 미국 유권자들은 거의 없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ABC방송과 함께 미 등록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58%는 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라고 응답했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49%도 ‘트럼프가 아닌 후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당선을 각각 가정했을 때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 과반수는 ‘바이든 재선 성공’에 대해 분노(30%)하거나 불만족(32%)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공화당 성향 유권자도 분노(36%)와 불만족(20%)이 절반을 넘었다. WP는 “작년 9월부터 부진했던 두 후보의 지지도가 해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바이든과 트럼프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현직’인 바이든에겐 악재만 쌓이고 있다. 최근 미국 상공에 뜬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해 공화당이 “더 빨리 격추시켰어야 했다”며 공세를 퍼붓는 게 대표적이다. 미중 관계가 또다시 급랭하면서 바이든의 강점으로 꼽힌 외교 분야도 빛이 바래고 있는 셈이다.
경제 정책도 반감을 사고 있다. 공화당과의 힘겨루기 속에 부채한도 상향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ABC뉴스는 5일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36%)과 인플레이션 정책 지지율(33%)은 직무 지지율(42%)에 한참 못 미친다”고 전했다.
이밖에 △바이든 사저에서 발견된 기밀 서류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차남 헌터와 중국ㆍ우크라이나 기업 간 불법 거래 의혹 등도 위험 요인이다. 물론 아직은 민주당 내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이긴 하나, 바이든에겐 ‘현역 프리미엄’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공화당 최초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도 난관에 봉착했다. 공화당을 후원하는 ‘큰손’으로 꼽히는 억만장자가 트럼프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석유재벌 찰스 코크가 이끄는 후원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이날 트럼프의 재도전을 막는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WP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진으로 커진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고액 기부자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라며 “큰손들이 나설 경우 트럼프의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에겐 또 다른 공화당의 유력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존재도 위협이다. 디샌티스는 작년 12월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에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디샌티스의 출마는 사실상 확정”이라며 “공화당 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두 사람에겐 공통의 적도 있다. 바로 ‘시간’이다. 내년이면 바이든은 만 82세, 트럼프는 만 78세가 된다. 정계를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이다. 차기 대선까지 1년 9개월, 당 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대회(코커스)까지는 1년가량 남은 시간은 이들에게 ‘만회할 기회’라기보단 ‘불안 속의 대기 시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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