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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중국 '스파이 풍선' 잔해 조사 나선다... 얼어붙은 미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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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중국 '스파이 풍선' 잔해 조사 나선다... 얼어붙은 미중 관계

입력
2023.02.0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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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해안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 격추
미국 영공 진입 일주일 만... 탑재장비 수거 작전
중국 반발, 미 공화당 비판... 바이든 행정부 난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해안 상공에서 미 공군 F-22 전투기가 4일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머틀비치=A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해안 상공에서 미 공군 F-22 전투기가 4일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머틀비치=AP 연합뉴스

미국 공군이 4일(현지시간) 동부 해안 상공에서 F-22 전투기를 동원해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High-altitude surveillance balloon)’을 격추했다. 미국 본토에서 ‘스파이 풍선’이 처음 발견된 지 일주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격추 지시를 내린 지 사흘 만이다. 이 문제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취소되는 등 미중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미국 내에선 공화당의 비판과 공세가 거세지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 공군, 동부 해안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 격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군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라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버지니아주(州) 랭글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날 오후 2시 39분 AIM-9 공대공미사일 한 발로 고도 약 6만∼6만5,000피트(약 18∼20㎞) 상공에 있던 풍선을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미 CNN방송도 이날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가 지나가면서 폭발음과 함께 풍선과 탑재물이 추락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주변 상공에는 여러 대의 미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고 해상에도 함정들이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미국 정부는 격추 작전에 앞서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와 찰스턴,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등 동부 해안 인근 공항 3곳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시켰다.

미국은 정찰 풍선 내 탑재 장비를 수거하는 대로 군과 연방수사국(FBI)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잔해는 머틀비치 해안에서 6해리(약 11㎞) 떨어진 수심 47피트(약 14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인양선을 동원해 흩어진 정찰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1일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서 목격된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 빌링스=로이터 연합뉴스

1일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서 목격된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 빌링스=로이터 연합뉴스


알래스카-캐나다-미 대륙 횡단한 '정찰 풍선'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이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 풍선이 처음 미국 영공에서 발견됐다. 미군은 알래스카주 서쪽 끝 알류산 열도 상공에 진입한 풍선을 포착한 뒤 추적, 관찰했다. 이 풍선은 지난달 30일 캐나다 영공으로 넘어갔다 다시 미국 쪽으로 돌아와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상공을 지나간 사실이 2일 공개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찰 풍선 이동 항적 아래에 있는 미국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선에서 격추하라'고 지난 1일 지시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영토 상공에 있는 동안 격추할 경우 풍선에 탑재된 정찰 장비 때문에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고, 정찰 풍선이 미 대륙을 횡단해 대서양 쪽 동부 해안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이날 오후 미국 머틀비치 해안 상공에 이르자 이를 격추한 것이다.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상공 이동 경로.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상공 이동 경로.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국 정부는 “기상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 통제력을 상실해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정찰 풍선 격추 후에는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라고 반박했다. 미군은 정찰 풍선이 영공을 지나가는 동안 추적 관찰을 통해 이 풍선에 소형 모터와 프로펠러가 달렸고, 기상 관측이나 민간 연구용이 아닌 장비가 탑재돼 있는 것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이 정찰 풍선 선단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종종 이 정찰 풍선이 목격된 사실을 미 국방부가 확인했다는 AP통신 보도도 나왔다.

특히 3일 또 다른 정찰 풍선이 중남미 지역 상공을 통과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이 풍선들을 미국 쪽으로 날려보냈다는 판단에 힘이 실렸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발리=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발리=AFP 연합뉴스


미 공화 "중국 공산당 달래나" 비판

미국은 일단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 대면 정상회담이 열린 뒤 후속 협의 차원에서 5일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합의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이 발견된 뒤에도 계속해서 본토를 횡단하자 미국은 출발 예정일인 3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전격 취소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 풍선이 미국 영공에 있는 것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편서풍과 함께 비행선의 통제력이 상실돼 불가항력적인 미국 진입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 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중국 외교부)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정치권 여론도 격앙됐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 애지중지 달래기를 그만두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인구가 희박한 지역 상공에서 중국 스파이 풍선을 격추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강경 여론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도 당분간 중국에 강공 모드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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