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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과 빈곤, 흑인 어린이 뇌 발달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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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과 빈곤, 흑인 어린이 뇌 발달에 부정적"

입력
2023.02.05 2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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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연구진, 어린이 9000여 명 MRI 사진 분석
흑인 어린이, 백인 어린이보다 뇌 회백질 부피 작아
구조적 인종 차별·경제적 어려움 등이 악영향 끼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흑인과 백인은 처음부터 다른 뇌를 갖고 태어날까.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대답은 '아니오'다. 다만 빈곤과 구조적 인종 차별은 뇌에 실제로 악영향을 미친다. 미 흑인 어린이는 백인 어린이보다 더 많은 '역경'에 처하고, 이는 곧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빈곤·차별이 흑인 어린이 뇌 바꾼다"

너새니얼 하넷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 정신건강의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CNN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2019년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수집한 9, 10세 백인 어린이 7,350명과 흑인 어린이 1,786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의 뇌는 조금 달랐다. 흑인 어린이 뇌의 신경세포가 모여 회백색을 띠는 회백질 부피가 더 작았다. 특히 정서 정보 처리 능력과 관련된 전전두엽 피질(PFC), 감정적 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체, 기억의 중추인 해마의 용량에서 차이가 났다.

이는 어린 시절 경험의 인종 간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흑인 어린이는 이른바 '역경 지표'인 △소득 △교육 △고용 △지역사회 취약성 △물질적 어려움 △트라우마 이력·가족 갈등에서 백인 어린이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가정은 트라우마와 가정 폭력, 이웃의 폭력 등을 겪을 가능성도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연구 대상 어린이의 백인 부모는 경제 활동을 할 가능성이 흑인 부모보다 3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수입은 물론, 교육 수준도 더 높았다. 백인 부모의 88.1%가 연간 3만5,000달러(약 4,378만 원) 이상을 벌었다. 그만큼 버는 흑인 부모는 46.7%에 그쳤다. 또, 백인 부모의 75.2%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흑인 부모는 40.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종적 차이는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규범과 체계적 인종 차별을 통해 강화돼 온 뿌리 깊은 구조적 불평등에 기인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신건강의학저널' 최신호 표지

'미국 정신건강의학저널' 최신호 표지


"뇌 차이 만드는 건 인종 간 삶의 불균형"

그 결과 흑인 어린이는 빈곤과 인종 차별이라는 '부정적 경험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성장하게 됐다. 이로 인한 과도한 '독성 스트레스'는 곧 생각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회백질 용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일부 뇌 기능 발달 지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흑인 어린이가 성인이 돼서도 정신건강 문제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약물·알코올 남용에 시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도 커진다. 보고서는 "어린 시절 역경에 대한 인종 간 불균형이 야기한 신경 생물학적 결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대규모의 구조적·체계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넷 조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구조적 불평등과 인종 차별의 영향이 얼마나 일찍 뇌 발달에 나타나는지 분석한 것"이라며 "흑인과 백인의 뇌에 진짜 차이를 일으키는 것은 이들이 겪는 삶의 불균형"이라고 CNN에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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