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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폭행·협박 없어도 강간"...강간죄 판단 요건 대폭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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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폭행·협박 없어도 강간"...강간죄 판단 요건 대폭 완화

입력
2023.02.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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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의 인정 연령, 13세→16세로 높여
강간 10년→15년 등 성범죄 시효 5년 연장

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씨가 2019년 12월 18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성폭행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승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토씨는 민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최초 신고 때 검찰은 형사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씨가 2019년 12월 18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성폭행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승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토씨는 민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최초 신고 때 검찰은 형사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형법상 ‘강제 성교의 죄'(강간죄)를 물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포괄적인 ‘비동의 간음’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8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어 강간죄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3일 법무장관 자문기구인 법제심의회는 △강간 적용 범위 확대 △성관계 동의 연령 상향 △그루밍 범죄 규정과 불법촬영 처벌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성범죄 관련 형법 개정안 요지를 정리했다. 법무성은 이를 토대로 형법 개정안을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

강간 성립 요건, 폭행·협박 포함 8가지 제시

가장 큰 변화는 강간 성립 요건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피해자가 항거 불능한 심신 상실 상태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강간으로 인정했다.

법제심의위 안은 △심신 장애 △알코올·약물 섭취 △수면 또는 의식 불명확 상태 등으로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했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경우도 강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에게 거절할 틈을 주지 않거나 △피해자를 갑자기 습격해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맺은 성관계도 강간에 해당하게 된다. △지속적 학대로 ‘싫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심리상태일 때 △경제·사회적 지위에 의한 불이익이 우려돼 성관계를 강제하는 것도 강간죄 성립 요건으로 인정된다.

성범죄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포괄적인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주장했으나, 일본 정부는 "처벌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루밍 범죄·불법촬영 처벌 규정 신설

법적으로 성적 행위에 동의하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성관계 동의 연령’은 13세에서 16세로 높인다. 성범죄 공소시효도 5년씩 연장해 강간은 10년에서 15년으로, 강제 추행은 7년에서 12년으로 시효가 늘어난다. 성적 행위를 목적으로 아이를 길들이는 이른바 ‘그루밍’ 범죄 처벌 규정을 만들고, 적용 법률이 없어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규제해온 불법촬영을 처벌하는 ‘촬영죄’도 신설한다.

성범죄 피해자 지원과 변호를 하는 가미타니 사쿠라 변호사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강간의 폭행·협박 요건이 재검토되고 그루밍 범죄가 처벌 대상이 되는 등 크게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형법에는 폭행·협박 요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달 26일 여성가족부는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법무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9시간 만에 철회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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