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팀 상대로 연장전 펼치며 접전
연이은 석패에도 경기력은 호평
6강 진출 희망의 끈 놓지 않아
"현재 동료들과 목표 이뤄낼 것"
한국프로농구(KBL) 10개 구단 중 9위, 그것도 최근 4연패 중인 팀이 팬들의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예외다. 리그 상위권 팀들과 이틀 연속 연장전을 치르는 등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끈질긴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냉엄한 프로 세계에서 패배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한국가스공사 에이스 이대성은 3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프로는 무조건 승리로 이야기 해야 하는 데, 결국 경기를 져서 너무 아쉽다”면서도 “이전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최근에는 ‘경쟁에서 이기자’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8일 리그 4위 서울 SK와 3차 연장까지 가는 초접전끝에 116-118로 석패했다. 프로농구에서 3차 연장전은 역대 7차례 있었는데, 이 중 가장 긴 2시간 59분에 걸친 대 혈투였다.
이튿날엔 리그 1위 안양 KGC인삼공사를 만나 다시 한 번 연장 승부를 펼쳤고, 또 다시 한 골 차 패배(85-87)를 당했다. 이 경기에선 특히 외국인 선수 머피 할로웨이가 뛰지 않았다. 경기 당일에야 할로웨이가 갑작스레 팀을 떠난다는 구단 발표가 있었고 그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31일 수원 KT와의 경기(84-88 패)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할로웨이가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이대헌이 부상으로 빠졌다.
수많은 ‘만약’이 따라 붙은 3연전 이었다. '만약 이틀 연속 연장전을 치르지 않았다면?' '할로웨이와 이대헌이 함께 뛸 수 있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대성은 그러나 “체력 소진이 컸다거나 주전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건 전부 핑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결과로 평가 받는 게 프로”라며 “처해진 상황을 탓하기 보다 오히려 ‘내가 공격과 수비 중 단 한 차례만 더 냉정하게 판단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패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은 이대성이지만, 심판 판정에는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SK전과 KGC인삼공사전 모두 정규시간 1초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애매한 접촉이 발생했고, 한국가스공사의 파울이 선언됐다. KBL은 통상 1초 미만의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모호한 접촉이 발생하면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데 이날은 달랐다.
결국 이 파울로 상대팀이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연장전에 돌입했고,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는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이대성은 “10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1초도 안 남긴 상황에서 파울 판정이 나온 건 처음 봤다. 그런데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두 번이나 연속으로 우리 팀에 벌어졌다”며 “경기는 끝났고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당시의 파울콜이 (판정의 일관성 면에서) 명확한 문제라는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성은 팀 우승,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수상, 2년 연속 베스트5 선정 등 선수생활 내내 화려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낮은 팀 성적 탓인지 득점부문(3일 기준 리그 5위) 외에는 이렇다 할 개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개인 타이틀은)이미 다 가져본 것들이라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티가 나지도 않는다”고 웃으며 “무조건 팀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시즌을 치르며 동료들의 결속력도 더 강해지고 있다. 할로웨이의 복귀 과정도 끈끈한 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할로웨이는 어머니가 병환으로 경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돌보던 형마저 건강이 악화되자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시즌 중 갑작스러운 이탈은 보기에 따라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이대성은 “할로웨이가 형 사진을 직접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해줬다”며 “가족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 누구라도 (귀국하려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해의 영역이 아닌 당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할로웨이가 형의 건강 호전으로 잔류 의사를 밝혔을 때) 선수들끼리 미팅을 했다. 이해를 하고 말고의 자리가 아니라, ‘정말 잘 됐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쿼터로 올 시즌 팀에 합류한 필리핀 국적의 샘조세프 벨란겔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대성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면서도 “다만 ‘프로에서는 치열한 경쟁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해준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동료들과 목표(6강 플레이오프)를 이루고 싶다”며 “선수 구성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 시즌 내내 따라 다니는 ‘외로운 에이스’라는 꼬리표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대성은 “다가오는 일정도 KT, SK, KGC인삼공사 등과의 연전”이라며 “이 경기들을 잡아내면 반드시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다. 다 이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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