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靑 반대로 무산
에이브럼스, 대놓고 "전작권 전환 힘들다"
지난해 3월 대선 전날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군에 나포된 북한 선박을 불과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 악화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군 당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청와대가 조기 송환을 원했다는 것이다.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청와대 지시로 불발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서욱 국방장관 면전에서 “한국의 군사능력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힘들다”며 엄포를 놓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3일 출간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담겼다. 이 책은 부 전 대변인이 재임 500일 동안 쓴 일기를 주제별로 구성했다.
“왜 北 선박 나포했냐고 역정 낸 靑 인사도”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3월 8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백령도 인근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곧장 퇴각했다. 이에 앞서 NLL을 넘어온 선박은 예인됐다. 남북이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선언한 이후 북한군이 NLL을 침범한 첫 사례였다. 선박에는 총 7명이 승선했는데 이 중 6명은 군복, 1명은 사복 차림이었다.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군 당국은 당시 대선이라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절차대로 합동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청와대에서 빨리 송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국방부로 보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왜 북한 선박을 나포했느냐”며 군 당국에 역정을 낸 인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군 당국은 통상 며칠이 걸리는 합동심문을 서둘러 끝내고, 이들이 대공 용이점이 없다고 판단해 다음 날이자 대선 당일인 9일 오후 2시쯤 북측에 선박과 승선자 전원을 인계했다. 이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도 곧바로 공지했다. “결국 청와대가 원하는 날짜에 북측으로 송환했다”는 게 부 전 대변인 판단이다.
당시 청와대가 원한 문자 공지 초안은 “표류 중인 북한 선박을 우리 군이 구조했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입맛에 맞는 표현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이 경고사격을 해서 퇴각시켰다는 공지가 이미 언론에 나갔다”며 반대했고, 결국 최종 공지는 ‘나포’가 아닌 ‘확보’로 조율됐다.
“회담 날짜까지 잡았는데 靑 반대로 무산”
저서에는 지난해 3월 초 예정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청와대 반대로 무산된 내용도 담겼다.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은 한 달 전 통화에서 “상호 합의된 날짜에 3국 국방장관회담을 대면으로 열자”고 합의했고 이에 따라 날짜를 조율 중이었다. 미국에서는 4일을, 우리는 12일을 역제안했다.
부 전 대변인은 “날짜까지 잡아서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잘렸다”고 했다. 청와대가 대선과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당시 국방부는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무산 이유로 “3국의 이견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맞다”고 했다.
한미연합사령관, 서욱 장관 면전에서 “전작권 전환 힘들다”
2021년 3월 17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당시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서 장관 면전에서 “한국은 핵심 군사능력 확보에 4~6년이 소요된다. 그 전에는 FOC(완전운용능력) 평가에 반대한다”고 엄포를 놓은 사실도 새롭게 공개됐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수년째 전작권 전환 2단계(총 3단계)인 FOC 평가가 차일피일 미뤄지던 시점이었다.
서 장관은 전작권과 관련해 “지나치게 높은 조건으로 소모적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FOC 평가를 연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오스틴 장관은 배석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이에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의 FOC 주장은 투명성이 결여됐다”며 “FOC 실시 전에 핵심능력부터 구축하라”고 면박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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