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UAE·2023 카타르·2027 사우디 개최
아시안게임·골프대회 유치·투자에도 적극적
'스포츠 워싱' 비판도
살만 빈 에브라힘 칼리파(왼쪽)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압둘 라지즈 빈 투르키 알 파이살(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과 함께 2027 아시안컵 개최지 발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나마=AFP 연합뉴스
국제 스포츠계에 ‘오일 머니’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3회 연속 서아시아에서 개최되고, 골프·자동차 경주 대회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도 중동 국가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AFC는 1일(현지 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총회에서 2027 아시안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정했다. 이 대회에는 인도, 이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유치 의사를 밝혔다 철회했고, 사우디가 단독 입후보했다.
이로써 아시안컵은 1956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3회 연속 중동에서 열리게 됐다. 2019 아시안컵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치렀고, 2023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즘(코로나19) 여파로 개최지가 중국에서 카타르로 바뀌었다. 2023년 대회는 한국도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카타르에 밀렸다.
이처럼 아시아 축구의 무게중심이 서아시아로 옮겨간 이유는 중동국가들이 막대한 스폰서십과 스포츠 외교력으로 AFC를 장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FC는 2023~24시즌부터 AFC 챔피언스리그(ACL)를 기존 춘추제(봄~가을)에서 추춘제(가을~봄)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자국 리그를 추춘제로 치르고 있는 서아시아 축구 클럽들에게 유리한 결정이다. 반면 기후 등의 영향으로 춘추제로 리그를 치르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구단운영과 선수단 컨디션 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외에도 사우디의 축구 클럽 알 나스르가 지난해 12월 천문학적인 금액(2025년까지 연봉 7,500만 달러·약 920억 원)을 들여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는 등 서아시아 국가들은 축구시장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은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방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계아시안게임은 카타르 도하(2030년)와 사우디 리야드(2034년)에서 연달아 개최되고, 2029 동계아시안게임은 사우디의 네옴시티에서 열린다.
특히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내세워 기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항마격인 리브(LIV) 대회를 출범시켰고, 2021년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도 유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집트·그리스와 함께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중동국가들의 적극적인 스포츠 행사 유치·투자는 ‘스포츠 워싱’의 일환이라는 비판도 있다. 서아시아 국가들이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탄압 문제를 스포츠로 세탁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사우디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과 소녀들의 경기장 관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사우디는 스포츠 워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인권 개혁에 나서는 방향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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