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은 14%가 아크릴
2,000억 원 예산 투입해
내년 2월까지 전면 교체
전국 방음터널 10곳 중 3곳이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아크릴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해당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방음시설 관련 안전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을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 방음벽, 방음터널 등에서의 화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2월 29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달 3일에도 중부내륙고속도로 방음벽에서 불이 나는 등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전국 방음시설 전수조사에 나섰고, 전국에 설치된 170개 방음터널의 34%(58개)와 1만2,118개 방음벽 중 14%(1,704개)가 아크릴로 불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소재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PMMA는 제2경인고속도로 사고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는 재질이다. 값이 싸고 가벼워 방음터널에 사용되나 화재 위험이 크고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
정부는 58개 방음터널에서 PMMA를 모두 철거하고 화재안전성이 높은 강화유리 등으로 바꿀 방침이다. 유리가 무거워 구조체가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곳은 같은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교체할 계획이다. PC도 화재에 녹아내리지만 불붙는 온도가 450도로 PMMA(280도)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PMMA 소재가 사용된 방음벽은 인근 주택 등 확산 위험성을 검토한 뒤 교체한다.
방음터널 소재 교체엔 2,0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인데, 국토부는 정부와 지자체, 민자고속도로 사업자가 협의해 분담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국토부 소관 고속도로와 국도 구간의 터널은 올해 말까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소관 터널은 내년 2월까지 완료한다. 그전까지 터널 위나 옆의 방음판을 치우거나 소화설비, 폐쇄회로(CC)TV 설치·점검, 피난대피공간 마련 등 안전 대책을 확보할 예정이다. PC 소재를 사용한 방음터널에 대해서도 안전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방음시설 화재 안전기준도 보완한다. 정부는 향후 PMMA 소재 사용을 금지하고, 일정 간격으로 피난문, 비상대피로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방음터널에도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하고, 방음터널을 정기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등 간선도로 주변 택지개발 시 저소음 포장 등 다양한 소음 저감방안을 결합해 방음터널 설치를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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