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공소장 보니
조 "내정 인사, 대통령에게 다 보고됐다"
지시 거부한 한전KPS 사장엔
"특별감찰반 보내 조사" 압박
전 정권이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을 상대로 사직을 압박한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내정자 임명에 따르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청와대로 호출해 질책하고 경위서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지시를 어긴 산하기관장에게는 "청와대 지시를 거역했다"며 "특감반 보내 조사한다"는 식의 압박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전에 통보한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인 한전KDN 사장 내정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산업부 차관과 국장급 인사를 청와대로 호출해 경위서를 받았다. 경위서에는 '담당자가 임원추천위위원회 위원 모두에게 (내정자를) 알려주는 게 위험해 일부 위원에게만 보여준 결과 탈락하게 됐다'는 해명이 담겼다.
조 전 수석은 이들을 상대로 "대통령에게 다 보고된 건이다.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사람이 떨어질 수 있느냐"며 "신경 잘 쓰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보다 적극 지원해 내정자가 떨어지지 않게 하라고 강조했다.
공소장에는 조 전 수석이 2017년 11월 자신의 인사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한전KPS 사장에게 "청와대 지시를 거역했다"며 격분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임 기관장 임명 완료 전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를 동결하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임금 피크 전환에 따른 보직 발령 등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당시 "당장 장관에게 보고하고 원상회복 조치하라" "특별감찰반을 보내 조사하겠다"고 압박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조 전 수석의 질책에 한전KPS 사장은 "여긴 기업이고 국가 지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일하게 해줘야 하고 필요한 인사를 하는 건데 그걸 막으면 산업부가 왜 있느냐"고 반발했지만, 인사는 결국 취소됐다.
인사를 둘러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조 전 수석의 의견 충돌도 있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후임 원장 내정자로 점 찍은 물리학 교수를 두고 당시 백 장관이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내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는데, 조 전 장관이 강행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결국 백 전 장관은 직원에게 임명을 도와주란 취지로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과장급 간부는 내정자 탈락을 염려해 임추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 서류심사에서 96점, 면접 심사에서 98점의 최고 점수를 줬다. 다른 후보자에게는 서류와 면접에서 80점 이하의 점수를 매겼다. 검찰은 내정자가 3배수 추천 후보자에 확실히 포함되도록 내정자와 나머지 후보들 간 점수 격차를 크게 벌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민주당 측 정치인 추천을 받은 인사들 명단인 '정무적 인사 인재풀’을 전담 관리했다고 공소장에 적혔다. 김 전 비서관은 2018년 1월 청와대 부근에서 산업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캠프나 민주당에는 오랫동안 직업도 없이 힘들게 사는 이들이 있으니 산하 협회에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 보고 받은 백 전 장관은 "협조해줘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19일 조 전 수석과 김 전 인사비서관, 백 전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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