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항전 연설집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출간
“우크라이나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크라이나에 지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크라이나인의 용기가 유행이 지난 것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5). 결연한 의지로 러시아 침공에 맞선 전시(戰時) 지도자, 호소력 있는 연설로 국제사회를 단결시킨 ‘21세기 윈스턴 처칠’. 지난 3년간 국제무대와 우크라이나에서 했던 수많은 연설 가운데 19개를 추려 담은 항전(抗戰) 연설문집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웅진지식하우스)가 출간됐다. 젤렌스키가 직접 연설문을 선정하고 서문을 썼다.
책에는 부당한 폭력에 죽어가는 자국민을 지켜봐야 하는 지도자의 비통함이 절절히 담겼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독자들을 단박에 전장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이 출간될 일이 없었더라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상에는 논쟁의 여지 없이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 이해관계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냉혹한 국제사회. 그 보수적 태도를 힐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예의바르지만 당당하게 변화를 요청하는 게 젤렌스키 연설의 힘이다.
“여기 있는 여러분이 자국의 이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의 문제가 여러분 나라 문제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전쟁’이 아닙니다.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안전한 나라는 세상에 없습니다.”(유엔총회 연설)
연설 하나하나 분량은 200자 원고지 20여 매 정도로 짧다. 연설 하나를 묵독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대신 표현은 강렬하고 메시지는 분명하다. 독일 뮌헨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잘못된 길을 선택했고, 유럽의 원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습니다"라며 "왜 유럽은 러시아가 틀렸음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왜 지금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까"라고 강조하는 식이다.
또 다른 특징은 성실함이다. 청중을 연구하고, 문화와 역사를 깊이 파고든다. 영국 의회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 연설을 인용하고, 미국 의회 연설에서는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언급하며, 독일 의회에서는 나치 시절의 뼈아픈 기억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독일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미국은 유럽과 전 세계를 돕고 있다”고 존중을 보인다. 상대국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돕도록 하는 정교한 메시지 설계다.
영국에서 출간한 책을 두 달 만에 번역해 빠르게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영국에서 출간된 초판에 지난해 12월 세계적 화제를 모은 미국 의회 연설을 단독 수록했다. 연설집을 출간한 웅진하우스 측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 독자가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책의 인세 전액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나이티드24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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