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서 4대 과학기술원 제외
43곳 규제 완화... 내년 100곳에 직무급
올해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 4곳이 비싼 연봉을 주고라도 유능한 교수를 영입하고 싶을 때 재정 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공공기관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347개 기관이 대상인 ‘2023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에 따르면, 우선 한국(카이스트)ㆍ광주(GIST)ㆍ대구경북(DGIST)ㆍ울산(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과학기술 핵심 인력을 과학기술원들이 지금보다 더 잘 양성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조처를 통해 이들의 고등교육 기관 측면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유수 석학 등 우수 인력을 교수로 초빙하는 데 공공기관일 때 작용하던 제약이 상당 부분 해소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과학기술원은 거액의 보수를 주고 교수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건비 총액이 제한적인 데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고 △증원을 위해 기재부 협의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적어도 기재부로부터는 운영상 자율성과 독립성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인력 양성 기능의 비중 확대로 서울대 등 국립대 법인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 과학기술원이 줄곧 정부에 요구해 온 조치”라며 “재정 지원이나 등록금 보조는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도 “학문적 수월성 추구에 융통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번 해제가 관리 공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 이야기다. 카이스트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 감독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연구, 창업 등 고유 미션을 성실하게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감시ㆍ감독 정도가 강한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수는 130곳에서 87곳으로 줄었다. 정부가 새 공공기관 유형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정원 50명 △수입액 30억 원 △자산 10억 원인 공기업ㆍ준정부기관 분류 기준을 △정원 300명 △수입액 200억 원 △자산 3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따라 부산ㆍ인천ㆍ여수광양ㆍ울산 등 항만공사 4곳,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ㆍ한국언론진흥재단 등 39곳이 각각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바뀌었다. 이들 43곳은 기재부 대신 주무부처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게 되고, 임원 임명 절차도 엄격한 공공기관운영법 대신 개별법과 정관에 따라 이뤄진다.
올해도 공공기관 지정 피한 금감원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된 곳도 있다. 기타공공기관이 된 한국특허기술진흥원이다. 방만 경영과 채용 비리, 사모펀드 부실 감독 등으로 빈축을 샀던 금융감독원은 올해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2021년 부과됐던 지정 유보 조건이 정상 이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공공기관 대상 직무급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회의에서 “직무급 도입 기관을 내년까지 100곳, 2027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라며 “직무급으로 보수체계 전환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에 총인건비 인상이나 경영평가 가점 같은 인센티브(보상)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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