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시 이주민, 공공서비스 접근성 향상할 것"
60년 만의 인구 감소로 도시 노동자 부족 우려
후커우 제도 완화로 농민 이주 유인
중국이 더 많은 농민들에게 도시 거주 자격을 제공하겠다며 '후커우(戶口)' 제도 개혁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후커우는 인구가 대도시에 몰리지 않도록 인구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중국 특유의 호적 제도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시 노동력 부족분을 농민들로 채우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재정부, 인민은행 등 중국의 19개 정부 기관은 공동 통지문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농촌 사람들이 더 용이하게 도시 후커우를 받도록 할 것"이라며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도시 내 공공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크고 작은 도시 이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향상시키고 일자리, 의료·교육 서비스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0년대 도입된 후커우 제도는 수십 년간 도시인과 농민을 차별하는 '현대판 신분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족 부양을 위해 도시로 이주해 일자리를 찾았다고 해도 후커우가 없어 부동산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의료, 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중국 도시 거주자는 전체 인구의 64%를 차지하지만, 도시 후커우에 등록된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19%의 인구가 도시에 살면서도 후커우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후커우 문호를 더욱 개방하겠다는 이번 발표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2년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 14억1,260만 명에서 85만 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하기는 대약진 운동으로 대기근을 겪었던 1961년 이후 처음이었다. 2020년 9억6,000만 명으로 전체 68.6%를 차지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도 2047년이면 59.6%로 하락할 것이라고 중국 위와인구연구소는 전망했다.
동시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문화대혁명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1976년 이후 40여 년 만의 최저치인 3%로 추락했다. 거대 노동력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온 중국으로선 적정 수준의 노동 인구 유지가 최대 과제가 됐고, 결국 도시 후커우 문호를 열어젖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중국의 중소 도시들도 최근 하나둘씩 이주민에 대한 지원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는 본인이 후커우를 얻어 정저우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후커우도 발급할 수 있도록 했고, 후난성 창사시는 석·박사 학위가 있는 경우에만 후커우를 제공한다는 기존 제도를 폐지했다.
터렌스 충 홍콩중문대 교수는 "서비스업이 대세인 시대에서는 노동력의 이동이 용이해지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후커우 제도를 완전히 포기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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