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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바뀌었으니 자리 비워 달라"… 광주시, 광주FC 사무처장 사퇴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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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바뀌었으니 자리 비워 달라"… 광주시, 광주FC 사무처장 사퇴 종용

입력
2023.01.30 16:10
수정
2023.01.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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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9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우승팀인 광주FC 선수들이 경남FC와의 홈 폐막전을 승리한 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등과 우승을 자축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지난해 10월 9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우승팀인 광주FC 선수들이 경남FC와의 홈 폐막전을 승리한 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등과 우승을 자축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 중견 간부가 시민프로축구단 광주FC 사무처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광주시가 최근 사무처장 직급(1급)과 직위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광주FC 조직개편안을 만들었다가 논란이 일자 이사회 개최 직전 해당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광주시가 사퇴를 거부하는 사무처장을 쫓아내기 위해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다.

광주FC 사무처 운영과 선수단 업무를 총괄하는 김모 사무처장은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10시 40분쯤 광주시 문화체육실 소속 A과장과 B주무관이 집무실로 찾아와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고 30일 폭로했다. A과장과 B주무관은 광주FC를 지도·감독하는 부서 담당자들이다. A과장은 당시 김 사무처장에게 "상의할 일이 있으니 집무실로 찾아가겠다"고 전화로 통보한 뒤 김 사무처장 집무실을 방문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날 A과장이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구단주(강기정 광주시장)도 바뀌고, (11월 9일) 대표이사도 새로 선임됐으니 사무처장께서 자리를 비워주시면 어떨까요'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 그 말을 듣고 하도 기가 막혀서 A과장에게 우리 직원들과 광주 시민들 앞에서 방금 했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느냐고 나무랐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A과장에게 '광주시 과장급 정도라면 구단주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이러이러해서 적절치 않다고 보고할 줄도 알아야지 위에서 시킨다고 시킨 대로 하면 되겠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꾸짖었더니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못 하더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A과장에게 '명색이 과장인데, 이것밖에 못하냐. 똑바로 해라', '대표도 없이 사무처장 체제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1부(K리그1) 승격이라는 성적을 냈는데 포상은 못할망정 이게 뭐냐'고 10여 분간 따지듯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처장은 "한 달 뒤쯤엔 경영 평가와 관련해 광주FC를 재방문한 A과장에게 '이런 일(사퇴 종용)이 또 있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자, A과장이 혼비백산하며 자리를 피하더라"고 말했다.

A과장은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에게 자리를 비워 달라고 한 적이 없고, 고개를 떨구거나 혼비백산한 적도 없다"면서도 "당시 광주FC가 새롭게 출범하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A과장은 '그 부분'이 뭘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뭐… 이야기한 게 없다"고 얼버무리더니 "시장께 보고하러 가야 한다. 내가 수사를 받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답변을 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FC 이사회가 27일 의결한 조직개편안(조직 및 사무분장 조정)에 광주FC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직개편안 작성 실무를 맡았던 광주시가 김 사무처장의 직급을 없애려고 했다가 이사회 개최 직전 다시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는 당초 1급 계약직 사무처장과 2급 일반직(정규직) 부장 1명을 2급 계약직 본부장 2명으로 바꾸고, 나머지 일반직 부장 직급 1개도 없애겠다는 내용을 광주FC에 통보했다. 이 개편안대로라면, 현재 근무 중인 김 사무처장과 일반직 부장 2명은 조직에서 없어져야 할 처지다.

이에 광주FC 측은 "구단 현실과 맞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광주시는 "위에서 내려온 것이니까 그대로 하라"고 했다가 이사회 개최 직전 본부장 직급을 1~2급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사무처장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자 광주시가 조직개편을 통해 자리를 빼려다가 모양새만 구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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