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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업무보고 '깨알 지시' 에 원고 없이 30여분 마무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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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업무보고 '깨알 지시' 에 원고 없이 30여분 마무리 발언

입력
2023.01.31 04:30
수정
2023.01.31 07:25
6면
0 0

긴 마무리 발언이 설화 자초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주재하는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30일 금융위원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장관과 독대했던 첫 번째 업무보고와 달리 대국민 보고·토론 형식을 도입해 각 부처 직원들과 교감한 게 특징이다. 각종 이슈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깨알 지시'를 내리면서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도 부각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하향식 소통'과 긴 발언이 맞물리면서 설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고 없이 30여분 술술… 尹 마무리발언 이례적 공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8개 부처와 각종 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부처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주제별 토론을 한 후 윤 대통령이 '원고 없는' 마무리 발언을 10~30여 분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선 약 34분(약 7,460자) 가까이 마무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마무리 발언은 전문과 영상이 모두 공개됐다. 역대 대통령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통상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는 모두발언과 지시사항 일부만 공개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학습 능력이 워낙 뛰어나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들자 각 부처의 업무를 꿰뚫고 있는 데다 진취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스타일을 선호해 마무리 발언의 공개도 자신 있게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에 직설적·디테일한 업무 지시… 설화 논란도

윤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디테일한' 지시도 화제가 됐다. 각종 이슈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날것 그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27일 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선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 안정되게 정년까지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공직을 택한다는데 저는 그런 공무원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다"는 직설적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도 '공무원' 출신이어서 공직 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다 보니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사회에 쓴소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선 비교적 최신 트렌드인 인공지능(AI) 챗GPT를 실제 사용해본 경험을 언급해 공직사회를 놀라게 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선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실하면서도 세세하게 업무 지시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각종 지시를 마무리 발언을 통해 쏟아내는 '일방 소통' 방식인 데다 방대한 분야에 걸쳐 지적하는 '만기친람' 스타일이어서 종종 선을 넘는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핵 보유' 발언이 대표적이다. 가능성이 아니라 북핵 도발에 호락호락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와 논란이 됐다. 2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선 "남쪽이 훨씬 잘 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흡수 통일을 뜻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부처 출신 여권 관계자는 "내용은 좋지만 때때로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종종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원론적 얘기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다.

업무보고 관통 키워드는 "오직 경제"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 내내 공직사회에 강조한 핵심은 '경제 살리기'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수출 중심 경제 위기 극복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으로 한국 사회 체질 개선 등을 시급한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경제 부처와 비(非)경제 부처를 구분하지 않고 '전(全) 부처의 산업화'를 주문한 게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부도 산업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수출과 해외 수주에 적극 협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1월 3일)"며 유연한 규제를 주문했다.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그냥 재정으로 돈 쓰는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민간하고 기업을 끌어들여서 준시장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지난해 12월 21일)"고 화두를 던졌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무행정이 가장 중요하다(1월 2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재난 안전과 관련한 시장화 및 산업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1월 27일)"고 각각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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