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요양원 거주하는 115세 모레라
'마지막 황제' 순종 즉위 연도에 태어나
"나는 늙고 아주 늙었지만, 바보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문구다. 1907년 3월 4일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116번째 생일을 맞는다.
미국 CNN방송은 26일(현지시간) 이달 11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앙드레 수녀에 이어 모레라가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의해 세계 최고령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한 그는 22년 전부터 스페인 카탈루냐의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고령에도 딸의 도움을 받아 트위터를 사용하는 모레라는 기네스북 등재 소식에 "내가 공을 세워 기네스에 오른 건 아니지만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모레라가 태어난 해 한반도에서는 고종 황제가 일본에 의해 강제 퇴위하고 '마지막 황제' 순종이 즉위했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 사건(1903년)으로부터는 불과 4년 후였다. 북대서양에서 가라앉은 타이태닉호가 건조됐을 때 그는 이미 2세였다고 CNN은 전했다.
긴 삶을 살아온 만큼 모레라의 삶엔 굴곡이 적지 않았다. 미국으로 이주했던 그의 가족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가려 대서양을 건너는 선박에 올랐다. 이 항해에서 언론인이던 모레라의 아버지는 숨졌고, 본인 역시 사고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도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렸다. 40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사이에는 세 자녀를 뒀다. 손자는 11명, 증손자는 13명에 달한다.
그는 어떻게 100세를 넘겼을까. 모레라는 트위터에서 "항상 소식을 했지만,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또 특별히 병에 걸린 경험도 없다는 것. 그는 "'운'과 좋은 '유전적 특성'도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류, 자연과의 지속적인 접촉, 정서적 평온 유지 등 생활 방식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정국도 무사히 넘긴 모레라는 지금 같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 역사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새로운 것도 없다"라면서 "압박 속에 사는 언론인들에게 뉴스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지만 더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했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전 세계 최장수 기록은 1875년 2월 21일에 태어나 122세를 넘긴 프랑스인 잔 루이즈 칼망이다. 칼망은 1997년 양로원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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