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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징계 운운 공분 산 추신수 발언에 피해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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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징계 운운 공분 산 추신수 발언에 피해자는 없었다"

입력
2023.01.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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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아" '학폭' 안우진 두둔
전문가 "운동선수 입장만 생각... 신중치 못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 줄 수도"

미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추신수. 유튜브 캡처

미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추신수. 유튜브 캡처

"왜 용서라는 단어를 함부로 내뱉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신의 국내 프로야구 간판인 추신수(41·SSG 랜더스)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렀던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을 두둔하는 발언에 대중은 이같이 공분했다. 전문가들도 추신수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자칫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당사자 안우진도 가만히 있는 마당에 추신수가 나섰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논란을 키운 모양새다. 추신수의 발언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추신수의 문제 발언은 설 연휴 기간에 나왔다. 그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 출연해 "(WBC 대표 선수로 선발되지 못한) 안우진 같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얼굴을 비치게 해 외국으로 나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국 야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안우진은 아직 논란이 있지 않나. 한국에서 여전히 (학교폭력은)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고 우려하자, 추신수는 "분명 (안우진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제3자로서 굉장히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외국으로 나가서 박찬호 선배님 다음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저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안우진이) 어릴 때 한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도 받고 다 했다. 근데 대회를 못 나간다. 할 말이 정말 많은데"라고 안우진을 감쌌다. 그러면서 "이런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그게 너무 아쉽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학교폭력(학폭)이 인정되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KBSA 주관 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다. MLB 주관의 WBC 대회는 대표팀으로 뛸 가능성이 있었지만, 좌절됐다. "선수 기량뿐 아니라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는 선발 기준, 즉 학교폭력 전력이 발목을 잡아서다.

누리꾼들 "용서 강요하지 마라" 발끈

지난해 12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누리꾼들은 추신수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용서는 피해자가 한다. 용서를 강요하지 마라", "본인 자식들이 피해자였음 저렇게 말 못할 걸,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얘기한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추신수는 과거 음주운전 이력 등이 누리꾼들 사이에 재조명되며 "용서 운운할 자격 있냐" 등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도 추신수 선수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의 발언은 동료선수의 입장만 생각했을 뿐 피해자는 없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27일 통화에서 "추신수 선수가 일사부재리 원칙처럼 출장정지 등 이미 징계를 받은 안우진이 또 다른 불이익을 받아 억울하거나 이런 조치가 과연 정당한가, 그 문제를 얘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운동선수 입장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유했는데도 선발되지 못한 안타까움' 딱 그만큼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국민 정서, 공인이나 다름없는 본인의 언행이 미칠 파장, 야구팬들이 국가대표까지 지낸 선수에게 기대하는 언행 수준 등을 추신수 선수가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추신수의 발언은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 당사자에게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학교폭력 예방·치료를 위해 설립된 기관 '푸른나무재단'의 김석민 상담본부 팀장은 "제3자가 '실력 좋은 선수가 학폭 가해자라서 국가대표 발탁 못돼 아쉽다'는 취지로 얘기한 걸로 치부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그런 언급 자체가 또 다른 트라우마나 2차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신수 선수가 이 점을 간과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태경 교수는 "학교폭력 후유증은 오래 지속돼 견디기 힘들어 피해자는 가능한 잊고 지내려 애쓰는 마당에 유명인이 나서 언론매체에 나오면 그 자체가 트라우마를 되살리게 된다"며 "언론 보도와 누리꾼들의 과도한 관심조차도 이슈를 더 크게 만들어 피해자에게는 고통일 수 있다"고도 했다. 좋은 싫든 간에 가해자가 연루된 이슈가 계속 재생산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고통이라는 뜻이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 줄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징계와 처벌 이행 발언도 보다 조심스러웠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김민석 팀장은 "가해자 측은 내려진 징계나 조치만 이행하면 나의 행동에 큰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처벌과 선도도 원하지만, 그 보다는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동반되지 않으면 처벌받았더라도 피해자는 '완전히 피해가 회복되거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학생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김민석 팀장은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의 관리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테니스 등 개인 종목이 아닌 야구 축구 배구 등 단체 종목의 경우 필요하면 합숙도 하고 위계질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전해, 기숙생활 도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학폭 예방교육을 이수한 지도자가 실제로 학생선수들에게 학폭의 위험성을 늘 주지시키고, 피해 징후나 가해 징후를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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