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 골퍼들이 '오일머니'를 따라 대거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우승 상금만 무려 9억원이 넘는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 2월 16일부터 나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로열그린스 골프 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이 대회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소속 김효주, 이정은, 김아림, 지은희, 신지은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임희정, 이정민, 이승연, 성유진 등 한국 선수 10여명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러피언투어 대회라 이들은 원래 LET 출전 자격이 없지만, 대회 측에서 세계 랭킹 300위 선수들을 초청하면서 출전이 가능해졌다.
한국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대거 몰려가는 가장 큰 이유는 두둑한 상금 영향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무려 500만달러(약 61억6,000만원)에 이른다. LPGA 투어 5대 메이저 대회와 CME그룹 투어 등을 제외하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우승상금은 75만달러(약 9억2,400만원)에 달한다. KLPGA 선수들이 우승을 한다면 작년 한해 동안 벌어들인 총 상금보다 많은 상금을 획득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이 대회 우승 상금보다 더 많은 시즌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는 박민지(14억7,000만원)와 김수지(10억8,000만원) 뿐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KLPGA 선수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상금은 번 선수는 임희정으로 7억5,000만원을 벌었다.
2020년부터 열린 이 대회는 첫 대회부터 큰 상금이 걸리면서 LPGA 스타들도 대거 몰렸다. 1회 대회에선 유럽투어의 에밀리 크리스티네(덴마크)가 우승했지만, 2회와 3회 대회에선 LPGA의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조지아 홀(잉글랜드)이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7위 렉시 톰슨(미국)을 비롯해 유카 사소(일본), 가비 로페즈(멕시코),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등 LPGA 투어 톱랭커가 대거 출전한다. 여자 골프의 경우, L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 사이의 관계가 남자 골프(미국프로골프 PGA 투어- LIV시리즈)처럼 나쁜 편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남자 대회보다 상금 규모가 작았던 여자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후원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회가 2월 중순 치러져 시기적으로 중간·마무리 점검의 성격도 있다. LPGA 투어는 1월 개막전을 치렀지만, 이후 2월말까지 대회 일정이 없고 이 대회 바로 다음 주인 2월 23일부터 나흘간 태국에서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가 개최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 선수들에겐 새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점검 기회가 된다. 4월부터 시즌이 시작되는 KLPGA 투어 선수들에게는 동계훈련의 중간 점검을 하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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