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O·페트렌코와 함께한 '바버, 브루흐', 6년 만에 음반 발매
29일 예술의전당에서 KCO와 음반 수록곡 연주
"런던에서 로린 마젤(1930~2014)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주를 들으시더니 저를 투어에 데려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게 제 인생 첫 연주 투어였고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이 일정에 포함돼 있었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한국 이름 유지연·28)는 11년 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연주 투어를 추억하며 거장 지휘자의 이름을 무척 담담하게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20대 후반인 에스더 유의 음악 경력엔 마젤만큼이나 명성 있는 음악가나 단체의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6세부터 벨기에에서 자라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에스더 유는 2010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했다. 로린 마젤 외에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영국 BBC 방송은 2014년 그를 '차세대 아티스트'로, 2018년엔 '30세 이하 세계 최고 아티스트 30'에 선정하며 극찬했다.
에스더 유는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의 '바버, 브루흐' 앨범 발매일인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O) 상임 음악감독인 바실리 페트렌코와 함께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앙리 비외탕의 '아메리카의 추억-양키 두들'을 담았다. 에스더 유는 그간 발매한 7장의 음반 중 영화음악을 뺀 5장의 클래식 음반을 모두 DG레이블로 선보였다.
에스더 유는 2018년 RPO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며 악단과 각별한 음악적 친분을 쌓아 왔다. 6년 만에 내놓은 이번 앨범은 그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에스더 유는 "브루흐와 바버의 음악은 내게 매우 소중하고 가까운 곡이어서 꼭 녹음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브루흐는 많은 인생 단계를 경험하며 함께 자라온 곡"이라며 "브루흐는 28세 때, 바버는 29세 때, 즉 내가 현재 속한 인생의 단계와 같은 시기에 각각 이 곡들을 작곡한 것도 선곡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런던 위그모어홀, BBC 프롬스, 뉴욕 링컨센터 등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 무대에서 활약해 온 에스더 유는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었던 한국 무대에도 자주 설 계획이다. 우선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앨범 수록곡인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벨기에와 독일, 영국에서 교육받은 에스더 유는 커 가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깊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외국에서 연주 활동을 하면서 한식 메뉴 찾는 게 쉽지 않아 된장찌개 끓이는 솜씨가 늘었다"며 "소수 인종인 아시아인으로서 차별받는 경험도 해 봤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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