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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의심 신고해도 병무청 "조사 어렵다" 답변만... 검찰 송치 10%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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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병역비리' 의심 신고해도 병무청 "조사 어렵다" 답변만... 검찰 송치 10%뿐

입력
2023.01.26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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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등 면탈수법 갈수록 교묘해져
"면탈 의심" 신고센터 제보 쌓이는데
송치 건수는 제자리... 제도 보완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스포츠클럽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운동선수 출신 B(29) 코치의 병역비리 정황을 알게 됐다. 그가 병역 검사 직전 갑자기 손목 수술을 받거나 정신과를 찾는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해 군 면제를 받았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로 들은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에게 물어봐도 “병역비리 가담자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초 “병역면탈이 의심된다”며 B씨를 병무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A씨는 25일 “확실한 증거가 없어 조사 착수가 어렵다고 했다”며 “이럴 거면 신고센터는 뭐하러 만들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24년 가동 비리 신고센터 "있으나마나"

병무청은 20년 넘게 병역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비리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제보와 신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대응은 형식적이다. 최근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는 병역면탈 행태 역시 이미 수년 전 병무청에 민원이 접수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검찰과 합동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 병역면탈 혐의자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건수는 2017년 131건에서 2021년 253건, 지난해 30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반면 병무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검찰까지 송치한 사건은 2021년 23건, 지난해 24건으로 전체 제보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병무청은 1999년부터 가동한 신고센터를 통해 병역면탈 혐의자 및 조장자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있다. 국민신문고에서도 신고가 가능해져 제보 건수는 꾸준히 늘었다. 여기에 2012년부터는 병무청 안에 특사경까지 운용됐다. 유의미한 조사 환경은 구축된 셈인데, 조사는 안 하고 제보만 쌓이다보니 재판과 처벌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된 것이다.

A씨만 해도 제보할 때 상당량의 구체적 사례를 제공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합세해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병무청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 학부모는 “수사권을 지닌 병무청이 일단 조사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허위 제보 많아서?... 수사 인력 10년째 고정

병역면탈 혐의자 제보·송치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병역면탈 혐의자 제보·송치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병무청은 악감정에 기반한 허위ㆍ부실 신고가 적지 않아 모든 제보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드러난 조사 수치만 보면 의지 부족으로 유효한 제보 내용을 놓쳤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6년 경력의 군 행정사는 “수사를 해봐야 병역판정 검사 이력이나 진단서, 진료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며 “수사 주체가 나서지 않으면 허위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사경이 병역비리 수사를 입체적으로 진행할 정도의 규모와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사경은 출범 후 10년째 인원이 40명이다. 대형 병역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확대 목소리가 커지지만 그때뿐이다. 병무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사경도 행정직 공무원의 근무 시스템을 답습하다 보니 수사에 깊게 전념할 시간적ㆍ인적 여유가 없다”면서 “하나의 제보도 여러 각도에서 파고들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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