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실거주한다며 세입자 내보내고 집 팔아버려... 법원 "배상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실거주한다며 세입자 내보내고 집 팔아버려... 법원 "배상해야"

입력
2023.01.24 20:00
10면
0 0

실거주 명분 갱신 거절한 집주인에 불법행위 인정
법원 "제한 없이 인정하면 갱신 요구권 의미 퇴색"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집주인이 자신이 들어와 살겠다며 계약 갱신을 요구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집을 팔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정진원 부장판사는 세입자 A씨의 모자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측은 2019년 12월 B씨와 보증금 12억4,000만 원에 2년 거주 요건으로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던 2021년 10월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B씨는 "내가 들어가 거주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A씨 측은 한 달 뒤 보증금 13억 원에 월세 150만 원 조건으로 새집을 구해 이사했다. 중개 수수료 580만 원과 이사비 280만 원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한다던 집주인이 같은 해 12월 아파트를 36억7,000만 원에 매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측은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집주인의 행태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실거주한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뒤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낸 뒤 매도한 경우에 대해선 책임 조항은 없다. B씨는 이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한 이상, 법이 정하지 않은 사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한 B씨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인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에 대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에 대한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임차인은 그 사유의 발생 여부를 알기 어렵다"며 "이를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갱신 거절이 남용돼 사실상 계약갱신요구권의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새집을 구하면서 부담한 월세 등을 고려해 배상액수는 2,000만 원으로 정했다. 여기에 중개 수수료와 이사비 등을 더해 집주인이 A씨 측에 총 2,86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손현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