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임말 써" 동창생 노예처럼 부리며 수천만원 갈취

가상화폐 투자 동업자금 등 명목
운전·심부름 시키며 상습 폭행도
검찰, 특수상해 등 혐의 구속기소

게티이미지뱅크

경계성 지능장애가 의심되는 고교 동창생을 장기간 폭행하고 동업을 빌미로 거액을 갈취한 2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형사2부(부장 정현승)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고교 동창생인 B씨와 피자가게를 운영하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B씨를 대걸레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가상화폐 투자나 가게 동업자금 명목으로 B씨에게 총 47회에 걸쳐 8,2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A씨는 B씨가 지적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고 수년간 B씨를 노예처럼 부렸다.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편도 30㎞ 거리에 있는 학교로 데리러 오도록 했다. 음식과 콘돔 등의 ‘빵셔틀’을 시키는가 하면, B씨가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내는 것조차 허락을 받도록 했다.

A씨는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B씨에게 투자금 등 명목으로 3,500만 원을, 동업자금 명목으로 4700만 원 상당을 가로채기도 했다. B씨는 대출을 받거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 A씨에게 송금했다. A씨와 동업하는 10개월 동안 B씨는 수익 정산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특수상해 등으로 A씨를 구속 송치했으나, 검찰은 통상의 폭력 사건과 달리 방어흔이 없고 두 사람의 금전거래 내역이 다수 확인되는 점을 수상히 여겨 보완 수사를 통해 거액을 편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A씨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등 인지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5년간 주고받은 문자 내용과 통장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착취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창원=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