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득점왕' 손흥민(31·토트넘)이 마스크를 벗고 '현 득점 1위' 엘링 홀란(22·맨체스터 시티)과 첫 맞대결을 펼친다. 겉으로 봐선 두 선수의 화려한 골 장면이 떠오를지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위기의 토트넘에겐 분수령이 될 경기임에 틀림없다. 특히 부진한 경기력으로 경질론, 사퇴설이 솔솔 피어 오르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거취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흥민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 런던 에디하드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경기는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연기됐었다. 리그 첫 격돌인 만큼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도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고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북런던 더비' 아스널전(0-2 패)에 나서며 2개월여 만에 마스크 없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안와골절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득점 등 공격포인트에 일조하려는 손흥민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콘테 감독이 어떤 전술로 나올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제 선발 라인업만 봐도 전술이 보인다"는 여론의 질타는 콘테 감독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번 경기에 토트넘의 미래가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구단을 떠나면 그들은 후회했다"
'북런던 더비'의 패배는 콘테 감독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간 '꾸역승(어렵게 따낸 승리)' '전술 실패'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콘테 감독은 아스널에 이어 맨시티에게도 패한다면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콘테 감독은 경질론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19일 영국 데일리 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콘테 감독은 "내가 좋은 감독이 아니라는 쪽도 있지만 내가 일했던 구단에서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며 "통상 내가 구단을 떠나면 그들은 대부분 후회했다. 내가 일하는 방식과 구단에 쏟은 헌신 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맨시티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이어 "난 구단에 모든 걸 바친다. 토트넘뿐만 아니라 인터밀란, 유벤투스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늘 과로를 했기 때문에 일과가 끝나면 지치는 게 당연했고, 이 때문에 구단은 내가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언론은 콘테 감독이 '북런던 더비'에서 패하자 일제히 경질론에 불을 지폈다. 이브닝스탠다드는 "토트넘과 콘테 감독이 장기적인 관계를 결정하기 위한 갈림길에 있다"고 보도했고, 데일리 미러와 토크스포츠 등은 "토트넘은 콘테 감독과 여름 이후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토트넘이 콘테 감독 후임으로 토마스 투헬 전 첼시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콘테 감독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전술의 패착이다. 재미없는 경기를 펼치며 "전반전은 안 봐도 된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퍼진 건 오래전이다. 토트넘은 전반에서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술이 없는 게 전술' '엉성한 경기력' '상대의 전방 압박에 속수무책' 등 질타가 이어졌다.
소위 '뻥축구'가 늘어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콘테 감독은 자신이 데려온 이반 페리시치를 윙백으로 기용, 측면에서 크로스로 승부를 내려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왼쪽 윙어인 손흥민과 동선이 겹쳐 득점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후반 페리시치를 또다시 기용하는 고집을 부렸고, 급기야 페리시치와 손흥민이 언쟁하는 듯한 장면까지 연출하게 만들었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콘테 감독의 부정적인 전술은 선수단을 억누르고 있다. 특히 공격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혹평했다.
콘테 감독은 수비와 중원이 약한 토트넘에 페리시치와 히샤를리송 등 공격수를 사들이며 많은 돈을 지출했다. 그러나 올 시즌 이들의 활약이 저조하면서 '영입 실패'라는 비판도 따른다.
한때 '우승 청부사'로 불린 콘테 감독은 2021년 11월 토트넘의 사령탑을 맡아 팀을 4위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수비 위주의 실리 축구를 표방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토트넘은 10승 3무 6패(승점 33점)로 5위에 랭크돼 4위(뉴캐슬)와 5점 차이다. 그는 토트넘과 이번 시즌까지 계약돼 있고, 구단은 1년 계약 연장 옵션이 있지만 재계약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손흥민, '리그 5호 골' 볼 수 있나
이날 경기의 관심사는 손흥민의 부활과 득점 여부다. 맨시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손흥민에 대한 기대는 크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15경기 7골 3도움을 기록을 갖고 있으며, 그중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 멀티골, 2021~22 EPL 개막전 결승골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맨시티가 지난 시즌 기록한 3패 중 2패를 손흥민이 활약한 토트넘에 당하기도 했다. 손흥민을 '맨시티의 저승사자'로 부를 만한 이유다.
그러나 손흥민은 현재 EPL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4골 1도움으로 공격수로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선 두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5번의 슛을 기록하고도 팀 내 낮은 평점으로 혹평을 받았다. 축구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컵은 손흥민에게 자책골을 기록한 골키퍼 위고 요리스(6.22)보다 낮은 5.74점을 줬다. 팀 내 최저 점수였다.
영국 풋볼런던도 손흥민에게 4점을 주며 요리스(3점)와 비슷한 경기 수준을 보인 것으로 간주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보여준 또 한 번의 수준 이하 경기력이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현재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날린 모습 등을 지적받았다.
또한 이반 페리시치와의 미묘한 신경전도 간과할 수 없다. 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들어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에 침투한 이반 페리시치에게 공을 패스했다. 하지만 빠른 패스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페리시치는 머리를 감싸 쥐더니 공을 그대로 굴려 보냈다. 아스널 골키퍼 에런 램스데일이 공을 잡았을 뿐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손흥민은 페리시치를 향해 팔을 치켜들고 불만을 표시했다. 페리시치가 공을 받아냈다면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동선이 겹치는 등 호흡이 맞지 않던 두 사람의 경기력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득점포는 절실하다.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득점왕 타이틀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리그 5호 골 질주에 힘을 줄 전망이다. 더군다나 EPL 18경기에서 21골 3도움으로 역대 리그 최다골까지 넘보는 홀란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다만 홀란도 최근 2경기에서 골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라 누가 먼저 골 침묵을 깰지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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