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6건 처리하고 현재 14건 조사 중
자본시장 모든 부분 참여하는 대응반 구성
CB 발행 급증… 최근 3년간 CB 23조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이 '사모 전환사채(CB) 합동대응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된 에디슨EV 등 사모 CB가 불공정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칼을 빼든 것이다.
금감원은 19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CB 악용 불공정거래를 집중 조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에디슨EV 등 16건의 사건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신속 처리했고, 현재는 14건의 CB 관련 중대사건을 조사 중이다. 그간 CB 발행내역 전수점검·이상징수 분석 등을 통해 56개 종목에 대한 매매 과정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불공정 거래 혐의 발견 시 신속히 본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사ㆍ공시ㆍ회계ㆍ검사 등 자본시장 감독 모든 부문이 참여하는 합동대응반을 운영해 불공정 거래, 공시 위반, 불건전 영업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조사국 3개 부서는 혐의점이 뚜렷하거나 부당이득 금액이 높은 중대사건 위주로 조사를 진행한다. 기업공시국·공시심사실은 공시 위반내역을 조사국과 적극 공유하며, 회계감리1·2국은 CB 발행 횟수 과다 등 위험도가 높은 기업을 우선 심사·감리 대상으로 선정한다. 금융투자검사국은 CB 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CB 조사를 강화하기로 한 데에는 최근 CB 발행이 급증한 데다 이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쌍용차 인수를 놓고 에디슨EV의 주가조작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연루된 시세조종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이 2018~2019년 발행한 CB 200억 원을 거래하면서 허위 공시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최근 구속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모 CB 발행금액은 총 23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13~2015년 사모 CB 발행금액(4조6,000억 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코스피가 3,300에 도달했던 2021년에는 한 해에만 10조8,000억 원이 발행됐다.
CB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으로, 기업들이 신사업 추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기업사냥꾼이나 특정 투자 집단이 CB를 인수한 뒤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식으로 전환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발행 기업이 CB를 회수한 뒤 최대주주 등에게 헐값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빼돌리기도 한다.
금감원은 CB 발행을 결정한 주요 사항 보고서에 납입 방법을 필수 기재사항으로 추가하는 등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하는 한편, CB를 발행사가 만기 전에 취득할 경우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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