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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한 어머니… 법원은 국가 역할 언급하며 선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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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한 어머니… 법원은 국가 역할 언급하며 선처했다

입력
2023.01.19 16:10
수정
2023.01.19 16: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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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돌본 장애인 딸이 말기 대장암 판정받자 살해
"더는 버틸 힘 없었고 나 죽으면 딸은 누가…" 오열
재판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 집행유예

38년간 돌본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A씨가 지난 5월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38년간 돌본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A씨가 지난 5월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어머니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류경진)는 19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어머니라고 할지라도 딸의 생명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며 "피고인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해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38년간 피해자를 돌보고 보호했다. 대장암으로 인한 항암치료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는 당시 최후진술에서 "당시 버틸 힘이 없었고,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A씨의 아들도 증인으로 출석해 "누나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딸의 뇌병변 장애 때문이 아니라, 말기 대장암 진단을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혼자 피해자를 돌보던 피고인은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전문의 소견까지 받을 정도로 극한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6시간 뒤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미수에 그쳤다. B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으며 사망하기 수개월 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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